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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개헌안 제안 1년..."좀처럼 안되네, 안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개헌 드라이브’를 본격화한 지 3일로 1년이 돼가지만, 개헌 ‘기운’이 좀체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공문서 조작 등 정권을 흔드는 각종 스캔들과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다. 아베 총리는 올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 3연임을 겨냥해 개헌 깃발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개헌할 처지가 아니다”라는 회의론이 잇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 시행 70주년인 지난해 5월3일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산하 단체 등이 주최한 개헌집회에 보낸 영상메지를 통해 헌법 9조에 자위대 보유 근거를 두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 의지를 표명하면서 개헌론 띄우기에 나섰다. 자민당도 아베 총리 안을 담은 개헌안을 정리하는 등 개헌 드라이브에 가세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들어 모리토모(森友)학원 특혜 의혹 및 이와 관련된 재무성 문서 조작,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 은폐,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 재무성 차관 성희롱 의혹 등 불상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각 지지율이 추락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개헌추진 의원 모임에 보낸 메시지에서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우리들의 책무로, 국민의 이해와 폭넓은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개헌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지와 달리 정치권의 개헌안 열기는 식어가고만 있다. 총리 관저 간부는 “내년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는 무리”라고 3일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아베 총리로선 개헌 논의는 고사하고 지지율을 회복해 ‘빨간불’이 들어온 총재 3연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한 개헌파 의원은 최근 아베 총리에게 “지금은 개헌보다 모리모토·가케 문제의 진상 해명에 주력해 총재 3선을 위한 환경을 정비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총리는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좀처럼 좋은 안이 없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아사히가 지난달 유권자 194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베 정권 아래서 개헌을 하는데 찬성하는 의견은 1년 전보다 8%포인트 낮은 30%였다. 반면 ‘반대’는 1년 전보다 8%포인트 오른 58%였다. 헌법 9조에 자위대 조항을 두는 아베식 개헌안에 대해서도 반대가 53%로, 찬성 39%를 크게 앞질렀다. 이런 상황은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 비지지율은 56%였다. 1년 전에는 지지율이 55%, 비지지율 35%였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아베 총리가 개헌 깃발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개헌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준 보수층을 의식한 고육책이라는 풀이다. 당내에선 “(개헌) 포즈라도 계속 하지 않으면 지지기반은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