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위크’ 연휴를 끝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난국 타개를 노리고 있다. ‘장기 연휴’ 덕에 정권을 둘러싼 각종 불상사들이 잠시 잠잠해지는 ‘호재’를 누린 그로선 이른 시일 내에 스캔들을 일단락하고 정권 재정비에 몰두할 태세다.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 자민당 총재 3연임을 굳히겠다는 노림수지만 뜻대로 될 지는 불투명하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3일부터 야마나시(山梨)현에서 골프와 온천을 즐기는 등 휴식을 취한 뒤 지난 6일 저녁 상경했다. 그는 골프 라운딩 도중 기자들에게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다. (7일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부터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과 재무성 문서조작 의혹,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 등 각종 스캔들에 시달리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에 몰렸다. 다만 5월 들어선 지지율이 ‘위험수역’인 20%대까지는 떨어지지 않고 30%대 초반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올가을 자민당 총재 3연임을 노리고 있는 그로선 악재들을 가급적 빨리 정리하고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집권자민당은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학원 측과의 면담 사실을 부인해온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비서관의 참고인 소환을 고리로, 국회 심의를 거부하고 있는 야당의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선 연휴를 지나면서 파문이 가라앉길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야나세가 학원 측과의 면담을 인정하면 정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재무성도 문서조작 조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재무성 전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에 더해 야당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어 공방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와중에 아소 부총리는 지난 4일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는 취지로 발언해 7일 여성단체들이 재무성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는 등 파문만 키우고 있다.
아베 정권이 주요 법안으로 내건 ‘일하는 방식’ 법안의 통과 여부도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정기국회 회기 내인 6월 20일까지 통과를 노리고 있지만, 이에 실패할 경우 아베 총리의 구심력 저하는 물론, 총재 3연임도 흔들리게 된다.
난국 타개를 위해 가장 기대고 있는 외교에서의 성과도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외교 행보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지만, 그간의 ‘재팬 패싱’ 논란이 가라앉을 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한·중·일 3국 간 이견이 부각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도 모색하고 있지만,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는 채로 교섭에 임할 경우 약점을 잡힐 우려가 있다”는 게 딜레마다.
‘골든 위크’ 기간 아베 총리가 머문 야마나시현은 후지산(富士山)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맑게 갠 날씨였다. ‘골든 위크’를 끝낸 그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외 상황이 이런 ‘청천(晴天)’의 날씨일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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