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도쿄 중의원 제1회관에서 열린 ‘성희롱 피해자 때리기를 불허한다’ 긴급집회에서 참석자들이 ‘#With You’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여성의 정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남녀 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할 것을 정당에 촉구하는 ‘정치 분야에서의 남녀 공동참가 추진법안’(후보자 남녀 균등 법안)이 16일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1946년 여성에 참정권이 부여된 이후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여성의원을 늘리고자 지원하는 최초의 법 정비로 평가된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보수적 풍토가 강한 일본 정치권이 얼마나 호응할 지는 미지수다.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법안은 공직선거의 남녀 후보자 수를 균등하게 하기 위해 정당과 정치단체가 자체 목표를 세우는 등 자율적으로 노력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실태조사, 환경정비 등 필요한 정책을 수립·실시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여성의 정치 진출은 세계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의원연맹(IPU)이 발표한 201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 의원 중 여성 비율은 10.1%로, 193개국 가운데 15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일본은 조사대상 144개국 가운데 114위로,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여성 진출이 늦다고 지적됐다. 아베 정권은 ‘여성활약 사회’를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2020년까지 지위적 위치에 있는 여성의 비율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이번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5년 2월 초당파의원연맹이 발족했지만, 후보자를 남녀 ‘동수’로 하자는 데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랐다. 2016년 자민당 회의에선 “여성의 사회 진출로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할 수 없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력으로 올라간다” 등의 말까지 나왔다. 결국 남녀 후보자 수를 야당은 ‘동수’, 여당은 ‘균등’으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협의 끝에 ‘가능한 한 균등하게 한다’라는 문구로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학원 스캔들 등으로 인해 법안 심의를 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해 10월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결국 지난 4월 법안이 재발의됐고, 같은 달 12일 중의원에 이어 이날 참의원을 통과했다.
이번 법은 처벌 조항이 없고 노력 의무를 강조한 만큼 각 정당의 실천 여부가 향후 과제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시금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 간부는 “지방조직에선 여성 1명을 후보로 내세우기도 쉽지 않다”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그나마 역대 최고 비율이었던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자는 전체 1180명 가운데 209명으로 17.1%였고, 자민당은 8%에 그쳤다.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이 나란히 24%였다.
일본 정계에 여성이 일본 정계에 진출하기 힘든 이유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고, 가족의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또 선거구에 1명의 당선자만 내는 소선거구 제도에서 ‘지반(地盤·지지조직), 간판(看板·지명도), 가방(자금)’이 없는 신인 여성이 후보로 옹립되기 어렵다. 일본 정치권의 낮은 성평등 의식도 지적된다. 최근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파문을 둘러싸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성희롱이란 죄는 없다” “함정에 빠져 당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많다” 등 ‘2차 가해’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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