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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제재 강조냐 딴지냐...일본 고노 외상, “북한 핵실험 준비” 논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의 발언이 미묘한 논란을 낳고 있다. 사실 여부에 대해 의견이 나뉘는 데다, 발언 의도를 두고도 ‘대북 제재 강조’와 ‘발목 잡기’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고노 외무상이 지난달 31일 고치(高知)시 강연에서 한 발언이다. 고노 외무상은 “북한이 (과거에) 핵실험을 한 실험장 터널에서 흙을 밖으로 옮겨, 다음 핵실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38노스는 지난달 23일 촬영한 북한 북동부 핵실험장의 인공위성사진을 분석, “고노 외무상의 발언의 근거는 사진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핵실험과 관련없는 서쪽 갱도에서 올초까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활동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인력과 차량 움직임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고노 외무상이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3일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다양하게 공개돼 있는 정보를 보는 한, 실험장을 포함한 핵관련 시설에서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38노스) 기사의 마지막에도 ‘실험장 옆 도로의 개발은 활발하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38노스는 도로 공사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핵실험 준비태세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의 발언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에 대북 압력 유지를 호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고노 외무상은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왔다. 대북 대화의 흐름이 나오기 시작한 3월 이후에도 북한의 해상밀수에 대한 대처를 관계국에게 촉구해왔다. 이런 일련의 언동의 배경에는 압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편이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 교섭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하지만 고노 외무상의 언동이 최근 한반도 정세에서 ‘왕따’를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의 ‘발목잡기’라는 견해도 나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에서 고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각국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발을 잡아끌지 않도록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의 노력으로 일정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 가운데 일본은 푸대접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