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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전방위' 외교에 매달리는 아베...성과는 '글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전방위’ 외교전에 매달리고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만 ‘모기장 밖 신세’로 따돌림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사학스캔들’ 등으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외교를 통해 ‘득점’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외교로 지지율을 회복하곤 했던 과거와 달리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까지 일본 정부의 외교 일정표는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다음주 9~13일 중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3일 보도했다. 고노 외무상의 방한이 성사되면 일본 외무상이 2년 4개월 만에 한국을 찾게 된다. 고노 외무상의 방한은 일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파이프’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의 협력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전방위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재팬 패싱’(일본 소외) 우려 때문이다. 그간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온 일본은 지난달 남북 및 북·미 간 정상회담 예정에 이어 북·중 정상회담의 전격 성사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북한 측에 정상회담을 타진하는 등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방미도 이 연장선에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7~1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입장을 확실히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일본인 납치문제 등 일본과 관련된 사항이 논의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외교·안보 장관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고노 외무상은 오는 15일께 일본을 방문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대북 제제 완화에 응하지 말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고노 외무상은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미 고위관리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추가 전제조건으로 중거리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받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도 오는 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외교 총력전에 나서는 것은 사학스캔들로 국내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일본을 미국의 철강 관세 유예 대상국에서 빼면서 그와의 친분을 과시해온 아베 총리의 ‘뒷통수’를 쳤다. 이번에도 대일 무역 적자 문제를 꺼내들면서 ‘거래’를 하려 들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미국의 이익만 중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일 정상회담도 ‘금단의 과일’이다. 아베 정권의 기존 대북 정책을 급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 리스크는 납치 문제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으로선 납치 문제를 해결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할 이점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승산을 보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열 경우 돈만 내주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일 정상회담 성사의 핵심인 납치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이 없으면 국민 여론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로선 딜레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