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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버티는 아베, 커지는 분노...14일 도쿄에서 대규모 집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특혜와 조작, 은폐 의혹들에 비판론이 끓어오르면서다. 아베 총리는 “고름을 다 짜내겠다”면서 발뺌과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집권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토모(森友)학원 특혜 의혹 및 이와 관련한 재무성의 문서조작, 아베 총리 측근의 가케(加計)학원 특혜 관여 의혹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전날 오후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의사당 정문 앞의 차도가 가득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아베 총리와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 3월초 문서조작 문제가 발각된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는 거의 매주 시민들이 모여 항의집회를 열었다. 전날 집회에는 기존 집회 참가자수를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고령자와 학생은 물론,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3만명 이상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아베 그만둬라!” “총사직!”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손에는 “거짓말 마라” “제대로 된 정치를 하라” “조작 내각 총사퇴 ”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마라” 등의 글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고름을 짜내겠다던 아베 총리 자신이 고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참가자들은 “그렇다”고 호응했다. 가네코 마사루(金子勝)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문서 조작과 은폐는 국가, 민주주의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허용되면 어떤 부정이나 부패도 정당화되고 만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철책을 쳐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인파가 계속 증가하면서 오후 3시30분쯤 시민들이 철책을 넘어 의사당 앞 도로 앞까지 꽉 채웠다. 시민들이 의사당 앞 도로까지 가득 메운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이후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20대 회사원은 “(아베 정권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은 그는 “안보법 반대 데모 때 사용했던 것”이라면서 “유감스럽게도 상황이 그때부터 줄곧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날 도쿄 외에도 삿포로,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 각지에서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권자민당 주변에선 아베 총리에 대한 쓴소리와 회의론이 새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14일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시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3선은 어렵다.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로,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도 지난 12일 가케학원 스캔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아베 정권의 대응을 비판했다.
 현재까지 아베 총리는 오는 가을 자민당 총재 3선 도전을 밀어부칠 기세다. 아베 총리를 지지해온 아소파와 니카이파는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다만 자민당 지방 조직들은 분위기가 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계속 당의 얼굴이 되는 데 대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은 지난해 7월 도쿄 도의회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 급락과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 돌풍으로 ‘역사적 대패’를 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