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을 다 짜낸다고 했지만, 병의 근원은 총리 자신 아닌가?”
일본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국가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이라크 파병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 은폐 문제를 두고 “고름을 다 짜내겠다”고 공언한 것을 들어 총리를 직접 겨냥했다. 이날 아베 총리 측이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또하나 더해지자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아베 총리가 ‘사학·문서 스캔들’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리토모(森友)학원 특혜 의혹과 관련된 재무성의 문서 조작,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 은폐에 이어 가케(加計)학원 특혜 의혹까지 재부상하고 있다. 문서 조작 파문이 불거지면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자고 일어나면 터져나오는 새 의혹에 반전의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점입가경 ‘아베 스캔들’...이번엔 가케학원
아사히신문은 10일 가케학원 특혜 의혹과 관련, 2015년 4월 에히메(愛媛)현과 이마바리(今治)시 직원, 가케학원 간부 등이 총리 관저에서 야나세 다다오(柳唯夫) 당시 총리 비서관 등과 면담했을 때 에히메현 측이 작성한 기록문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에히메현 측은 지난해 7월 이 문서를 “파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서에는 특히 야나세 비서관이 “본건은 총리 안건”이라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야나세 비서관은 지난해 7월 예산위원회에서 “제가 기억하는 한 (에히메현 직원 등과) 만난 적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기억의 한도 내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가케학원은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 법인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내가 관여했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등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개입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이 2016년 가을 내각부로부터 “관저 최고 레벨이 말했다”, “총리의 의향이라고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문서가 발견된 데 이어 에히메현 측도 총리 비서관에게 ‘총리 안건’이란 말을 들었다고 기록한 문서가 확인됨에 따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쓰지모토 위원장은 “(야나세의) 답변이 거짓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증인소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면 터져나오는 새 사실들
최근 아베 정권에선 재무성의 문서 조작과 자위대의 문서 은폐 문제 등을 둘러싸고 매일같이 새로운 사실이 발각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언제 어디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날 지 몰라 머리를 감싸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전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의에서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 육상자위대의 일일보고(일보)가 방위성 정보본부에서도 새롭게 발견됐다면서 사과했다. 앞서 방위성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한 일보가 육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에서 잇따라 발견됐으며,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당시 방위상 등 간부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해선 재무성이 문서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학원 측에 말맞추기를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무성의 오타 미쓰루(太田充) 이재국장은 전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지난해 2월 이재국 직원이 학원 측에 국유지 내 쓰레기 철거비에 대해 말맞추기를 요구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질문을 했던 자민당 의원이 “바보냐, 정말”이라고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추락하는 지지율, 쌓여가는 ‘보디블로’
잇따르는 불상사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NHK가 지난 6일부터 3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6%포인트 떨어진 38%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포인트 오른 45%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지지율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직전 조사 이후 6개월 만이다.
TBS 방송 계열 매체인 JNN이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9.3%포인트 떨어진 40%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9.5%포인트 증가한 58.4%였다. 지지율 40%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되돌리는 것은 어렵지만 하나부터 다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신뢰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아베 총리에게 호의적인 보수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최근 ‘새로운 사실 발견→사죄’가 반복되고 있어 ‘보디블로’(권투에서 배 타격)처럼 ‘대미지(손상)’가 축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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