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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반전 카드가 안보인다’…재현되는 ‘사학 스캔들’에 지지율 급전직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지율이 한 달 새 10%포인트 넘게 빠지면서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각을 둘러싼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이 아베 정권을 직격하는 모습이다. 올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추락하는 아베 내각 지지율
 아사히신문은 지난 17~18일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에 비해 13%포인트 급락하면서 31%를 기록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는 2차 아베 내각 발족 이후 최저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1%포인트 상승한 48%였다. 이 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 최저치는 지난 7월의 33%였다. 당시는 아베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부각된 데다 자민당이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직후였다.
 닛폰TV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달 전에 비해 13.7%포인트 하락한 30.3%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에 달했다. 이 지지율도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최저치다
 마이니치신문의 지난 17~18일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달 전에 비해 12% 포인트 하락한 33%로 나타났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15%포인트 증가한 4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주 전에 비해 9.4%포인트 급락하면서 38.7%로 내려앉았다.

■재부상한 ‘사학 스캔들’이 직격탄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발족 이후 아베 총리는 거침없는 ‘1강’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자신과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모리토모·가케 학원의 ‘사학 스캔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지지율이 26%(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까지 떨어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북한 위기론 등을 내세운 조기 총선 카드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문서 조작 파문으로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사히 여론조사에선 문서 조작이 아베 총리에게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조작 전 문서를 봐도 자신과 아키에 여사가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데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72%였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베 정권은 이번 문서 조작 파문을 조작 당시 재무성 국장이었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국세청장관 사퇴와 “재무성 일부 직원”(아소 부총리)에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여론은 이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민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문서 조작이 밝혀진 지난 12일 이후 도쿄 국회 앞에선 연일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주말인 지난 18일에는 도쿄 시내와 오사카(大阪)시, 가나자와(金澤)시에서 아베 내각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도쿄 신주쿠(新宿)구 JR신주쿠역 니시구치(西口) 앞에선  “아베 정치를 용서할 수 없다”, “아베 내각 퇴진!” 등의 구호가 적힌 손푯말을 든 시민들로 가득찼다.

■‘반전 카드’가 안 보인다
 과거에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일정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 지지율은 회복세를 보였다. 야당의 ‘자중지란’ 덕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전 카드’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력으로 삼고자 했던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은 후생노동성의 부정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재량노동제 확대 부분을 빼는 등 힘을 잃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국면 타개를 위한 중의원 해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북일정상회담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야당에선 “‘곤란할 때 북한’은 국민들이 꿰뚫어보고 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실제 북일 간 대화 추진이 당장 쉽지 않은 데다 최근까지 ‘북한 때리기’로 재미를 본 정권이 180도 입장을 바꾸는 것에 대한 국민 여론도 미지수다. 
 이번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아소 부총리를 간단히 사임시킬 수도 없다. 당내 2번째 파벌의 수장이자 아베 정권을 지지해온 ‘맹우’인 아소 부총리의 퇴진은 총재 3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이런 상태로 버틴다고 해도 총재 3연임을 보장할 수도 없다.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 얼굴로 안된다”고 생각하면 자민당 내에서 ‘얼굴’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 마이니치 조사에선 ‘총재를 바꾸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한달 전보다 11% 증가한 55%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