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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깊이보기

그 아베에 그 각료...설명책임 다한다더니 “숨고 도망가고”

 ‘설명 책임을 회피한 정권’.
 일본 아사히신문의 10일자 2면 기사 제목이다. 지난 10월4일 소집된 임시국회가 전날 폐회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응을 이렇게 정리한 것이다.
 

 ■‘도망가기’ 전술로 일관한 아베 정권
 지난 2달여 간 아베 정권에선 각료들의 연속 낙마와 아베 총리 자신의 ‘사유화’ 논란을 빚은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 등 스캔들과 의혹이 연발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극구 피하면서 ‘도망가기’ 전술로 일관했다.
 ‘벚꽃을 보는 모임’ 초청자 명단에 대해선 “이미 폐기했다”고 했고, 백업 파일이라도 제출하라는 야당 요구에는 “행정문서도 공문서도 아니므로 자료 제공 의무가 없다”고 했다. 악성 다단계업체 ‘재팬라이프’의 전직 회장이 총리 초청으로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회피했다.
 야당은 의혹 추궁을 계속하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연장 요청안을 전날 국회에 제출했지만, 집권 자민당 반대로 부결됐다. 통상 법안 통과를 위해 여당이 회기 연장을 요구한다는 점에선 정반대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국회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이 계속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3년 전 인기를 모았던 TV 드라마의 제목을 따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전략이라고 비꼬고 있다.
 아베 총리의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태도가 두드러졌다.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밝혀온 내용을 그대로 답습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약 30분 간의 기자회견 가운데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한 설명은 2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총리 관저 출입기자단 간사의 질문에 한 차례 답했을 뿐이다. 아사히는 자사 소속 기자가 질문을 위해 손을 계속 들었지만 지명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낙마 관료들은 2개월째 ‘실종’
 이런 ‘숨고 도망가기’ 전술은 의혹으로 낙마한 아베 정권의 각료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11일 개각으로 새로 기용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상은 10월말 공직선거법 위반 등 의혹으로 6일 간격으로 사임했다.이들은 당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이들은 이후 국회에서 사실상 모습을 감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역 유권자에게 부의금을 전달하고 멜론과 게를 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스가와라 전 경제산업상은 10월25일 이후 국회를 결석하고 있다. 또한 아내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이 선거운동원에게 한도를 넘는 사례를 지불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가와이 전 법무상은 부부가 함께 10월31일 이후 국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지난 6일 “안리 의원이 1개월 정도 자택 요양이 필요한 적응장애라고 한다”고 전했다. 가와이 전 법무상은 의원실에서도 “소재를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비 도둑”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행방을 모르는 분들은 수색원을 내는 것이 낫다”고 했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에서도 “설명책임을 다했으면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