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본이 속을 태우고 있다. 남북 및 북·미 간 대화 분위기 국면에 중국까지 역할을 확대하면서 ‘재팬 패싱(일본 소외)’ 우려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8일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북·중 정상회담을 중국 신회통신 등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고 밝힌 뒤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듣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일본 정부가 중국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 및 북·중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을 인정한 것으로, ‘재팬 패싱’ 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을 “예상 밖 사태”(외무성 간부)로 받아들이고 충격을 받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설마 김정은이 방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한국, 미국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압력 강화를 주도하는 일본을 비핵화 교섭으로부터 배제, 북한 페이스로 교섭을 진행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아울러 대북 압력 강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중국이 대북 제제 완화나 경제협력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덧붙였다.
일본 정부 내에는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일본인 납치문제 등 일본과 관련된 사항이 논의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재팬 패싱’ 우려가 강하다.
아베 총리가 내달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이런 입장을 전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도록 못박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내달 17일부터 2박3일 간 미국을 방문,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요한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하며,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하기 전에 대북제재는 폐기할 수 없으며, 국제사회가 앞으로도 단결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노 타로(河野 太郞) 외무대신도 내달 일본 방문을 조율하고 있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제제 완화에 응하지 말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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