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거침없던 아베의 ‘후퇴’...‘데이터 조작’ 파문에 재량노동제 철회

·총리 3연임에 악영향 우려…정권 타격 불가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거침없는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정권이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 가운데 ‘재량노동제 확대’ 부문을 삭제키로 하면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이터 조작’ 파문에 결국 손을 들었다. 오는 9월 총리 3연임 도전을 앞두고 구심력 약화를 최소화하려는 ‘고육책’ 성격이 짙지만, 정권 운영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밤 관저에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등과 만나 8개 법안을 묶은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안에서 재량노동제 부분을 전면 삭제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국민들이 데이터에 의심을 품는 결과가 됐다”면서 “실태를 파악한 뒤 다시 논의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량노동제는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정해진 임금을 주는 제도다. 아베 정권은 이 제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과 노동단체에선 ‘수당 없는 노동시간만 늘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재량노동제 확대를 포함한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아베 정권의 계획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데이터 조작’ 논란이 일면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2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재량노동제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일반 노동자보다 짧다는 자료도 있다”고 답변했다가, 전제조건이 다른 데이터를 비교한 자료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가토 후생노동상이 당초 “없어졌다”고 답변했던 조사표 원본이 지난달 20일 후생노동성 지하창고에서 발견됐다. 데이터를 정밀조사한 결과 일반노동자의 하루 잔업시간이 ‘46시간’으로 나오는 등 데이터 오류가 지금까지 전체 407건이 확인됐다. 이에 야당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법안”이라고 공세를 강화하면서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불만이 폭발했다. 과거 ‘사라진 연금’ 문제처럼 아베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사라진 연금’는 2007년 1차 아베 내각 때 연금기록 통합과정에서 5000여만건의 납부기록이 누락된 사건이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나아가자 결국 아베 총리가 이례적인 ‘후퇴’를 선언했다. 아베 정권은 지금까지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앞세워 특정비밀보호법, 안전보장법제 등을 밀어붙여왔다. 무리하게 정면돌파를 할 경우 여당 내의 이반을 가져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연임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아베 총리의 비원인 헌법 개정이 멀어질 우려도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설명했다.
 이번 정기국회를 ‘일하는 방식 개혁 국회’로 지칭해온 아베 총리로선 구심력에 흠집이 났다. 논란이 사그라들지도 미지수다. 야당은 공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당장 일부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고급프로패셔널 제도’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량노동제 확대를 요구해온 재계의 반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