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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하루키스트’의 성지, 시부야 명물 ‘행복서점’...폐점 잇따르는 일본의 ‘작은 책방’

 일본 도쿄 요요기우에하라역 앞에 있는 ‘고후쿠쇼보(幸福書房)’는 60㎡ 정도의 작은 서점이다. 1980년 ‘탈(脫) 샐러리맨’을 선언한 이와다테 유키오(岩楯幸雄) 부부가 동생 부부와 함께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하면서 단골이나 밤 늦게 들리는 손님에 부응,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특히 6년 전 작가 하야시 마리코(林眞理子)가 단골이 된 것을 계기로, 그의 친필 사인본을 판매하면서 하야시 팬들의 ‘성지’로 알려졌다.
  우리말로 ‘행복서점’쯤 되는 이 서점이 20일 문을 닫았다. 지역의 작은 책방이 또하나 사라졌다는 소식에 독서 애호가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한 단골은 “아침·저녁으로 2번씩 왔다. 몸의 일부가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NHK에 말했다.
 이 서점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역 앞에 위치했음에도 최근의 출판 불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20년 전부터 매상이 감소, 이와다테는 가게의 임대계약 갱신을 앞두고 연령과 체력, 출판계의 향후 상황 등을 감안해 폐점을 결정했다. 그는 “사실은 계속하고 싶지만 지금이 적당한 때”라고 아쉬운 듯이 말했다.
 지난해말에는 ‘하루키스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에게 아쉬움을 자아내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쿄 센다가야에 있는 서점 ‘유’가 12월3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 서점이 있는 상점가는 1970년대 후반 하루키가 재즈 카페를 운영했던 곳이다. 그때부터 하루키와 인연을 맺었던 서점주 사이토 유(齊藤祐)는 2년 전부터 재즈카페의 등롱, 하루키의 친필 사인 등으로 서점을 장식하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모임을 매달 개최해왔다. 매년 10월 노벨문학상 발표 때는 ‘하루키스트’들과 함께 수상을 응원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한 단골은 “팬들이 교류할 수 있었던 장소였던 만큼 안타깝다. 노벨상 수상 때까지 계속하길 바랐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밝혔다.
 일본에서 지역의 소규모 서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민간조사업체 알미디어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은 지난해 5월 시점으로 1만2526곳으로, 2000년 2만1654곳에서 43% 줄어들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20%에 해당하는 420곳은 서점이 한 곳도 없다. 특히 일본 서점의 절반을 차지하는 50평 미만의 소규모 서점은 2016년 현재 4821곳으로 지난 4년간 1147곳이 문을 닫았다.
 소규모 서점들의 고전은 독서 인구 감소와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잡지나 책의 매출이 떨어진 때문이다. 특히 이익률과 회전율이 높아 매상의 주축이었던 잡지 판매가 부진한 탓이 크다. 2016년 출판물판매액은 1조4709억엔으로 12년 연속 줄어들었는데, 서적이 전년 대비 0.7% 감소한 반면 잡지는 5.9%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서점의 등불을 살려나가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선 지난해 12월 시가 운영하는 ‘하치노헤 북센터’를 열었다. 이 서점은 잡지나 베스트셀러를 다루지 않고, 지방에선 구하기 어려운 전문서를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가가와현 다카마쓰시의 서점 ‘루누강가’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업자금 일부를 모았다. 지역 서점을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금에 참가하면서 당초 목표액인 50만엔을 넘은 75만엔을 모았다. 
 작가 하야시 마리코는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거닐다가 서점에 들러 잠시 잡지도 사고 신간도 사는 습관이 사라져가는 것은 매우 쓸쓸한 일”이라면서 “'아, 이런 재미있는 책과 만난다'는 경험이 가능한 ‘거리의 책방’이라는 공간은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