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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대북 ‘위기론’ 부추기고, ’화해론‘ 견제하는 일본

■“아베 총리, 평창 이후 조속한 한미훈련 실시 요청키로” 
 일본 정부가 ‘평창 이후’의 대북 유화 분위기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사진)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공조해 대북 압력 노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본 내에선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보도들이 끊이지 않는 등 ‘북한 위기론’을 여전히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력을 가하기 위해 3월 중순 평창 패럴림픽 폐회 후 조속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요청할 예정이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는 “올림픽 폐회 후에도 북한에 유화적인 문 대통령이 훈련의 재연기를 요청할 가능성에 쇄기를 박으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6~8일 일본을 방문할 펜스 미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교도통신도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아베 총리가 펜스 부통령에게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각각 방한 시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훈련을 확실히 실시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창 외교전’에서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공조해 문 대통령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북 압력 지속과 한·미·일 연대 강화 등을 확인하는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 정권의 ‘넘버2’인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는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유화 자세를 보이는 북한에 비핵화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문재인 정권의 대화 중시 노선을 견제하려는 것”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미소 외교에 끌리지 말고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선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위기론을 부추기는 보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케이는 이날 일본 정부 고위 관리가 지난 2일 평창올림픽을 노린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이 있을 경우 일본인 관광객 등의 피난을 가정해 경기장 주변의 피난 시설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DMZ)로부터 약 80㎞ 떨어진 평창이 북한의 다연장 로켓포의 사정거리에 있고, 평창이 공격 표적이 되면 심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만일의 경우’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들어 북한 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교도통신은 지난 3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 내 거주 일본인의 대피 마련과 관련해 협력을 요청할 뜻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일 해외안전홈페이지에 게시한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 개최에 따른 주의 환기’라는 글에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한반도 정세가 계속 예측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있는 만큼 긴급시 대사관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외무성의 ‘다비레지’(여행등록) 서비스에 등록해달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치안 상태에 대해 “대규모 테러사건 등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의 치안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주요 범죄 발생 위험을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이 살인 2.5배, 강도 1.2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