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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아베 “평창 올림픽 참석…문 대통령에 위안부 합의 입장 전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달 9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성사될 경우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2015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의 한국 방문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할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 조사 이후 추가 조치를 사실상 요구한 이후 갈등이 증폭되던 한·일관계가 재차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4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정이 허락하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있는 만큼 같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가서 선수단을 격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이날자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한국) 현지에서 문 대통령과 꼭 회담하고 싶다”며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 철거도 요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 아베 총리에게 평창 올림픽 참석을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평창 올림픽 참석을 보류해왔다.
 평창 올림픽을 2주 앞두고 참석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차기 올림픽 주최국의 정상이 개회식에 불참하는 것이 비상식적이고, 참석 여부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당 내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아베 총리의 참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국민 여론도 참석해야 한다는 쪽이 절반을 넘었다. 아베 총리가 보수층의 반발을 고려해 최대한 버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미국이 한·일관계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인데다, 백악관이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강하게 당부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두고 한·일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도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위안부 합의와 북핵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1㎜도 움직일 수 없다”고 반발해온 만큼 한국의 추가 조치 요구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고려하지만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국 정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평창 이후’의 북한 문제도 비중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본격화한 남북대화는 이후 북·미대화 국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미·일의 대북 공조 문제가 중요해진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확실히 연대할 필요성, 최대한도로 높인 대북 압력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할 것”이라고 산케이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방한 의사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이날 대사관을 통해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석 문제를 협의하자고 공식 요청해온 사실도 전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계기 방한 문제를 협의해왔으며, 오늘 일본이 방한 의사를 공식 전달해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계기 방한이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