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자신이 만든 당에서 쫓겨날 처지에 직면했다.
26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희망의 당 집행부는 당 설립자인 고이케 지사에게 탈당을 촉구할 논의에 들어갈 방침을 굳혔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10·22 중의원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희망의 당 대표직을 사임, 당의 특별고문으로 2선 후퇴한 상태다.
교도통신은 당 지도부가 ‘고이케 색깔’를 지우는 이미지 쇄신 작업을 통해 당세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당명 변경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해 ‘아베 대항마’로 꼽혔다. 그 기세를 몰아 희망의 당을 창당, ‘양대 정당’을 목표로 했지만, 당시 제1야당인 민진당 진보계를 ‘배제의 논리’에 따라 선별한 데 따른 여론의 역풍에 총선에서 패배했다. 희망의 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1%대로 바닥을 기고 있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 집행부는 이런 상황에는 ‘배제의 논리’를 내건 데다 취임 후 1개월반 만에 대표직을 던져버린 고이케 지사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비록 당 운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특별고문’의 직함을 갖고 있는 고이케 지사의 탈당 조치가 당세 회복을 위해선 필수불가결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내년 지방선거나 참의원 선거를 대비해 다른 야당과 연대해 아베 정권과의 대결 자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고이케 색깔’을 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안보관련법 등에서 입장차를 드러낸 창당 멤버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참의원 대표 등과의 ‘합의 분당’도 검토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2016년 자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화려한 언변과 함께 선악이 맞붙는 드라마 같은 구도를 만들어내는 ‘고이케 극장’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와왔지만, 한편에선 전형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는 평화헌법 개정이 목표인 극우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하고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극우 인사다. 2016년 도쿄도지사 취임 후에는 전임 지사의 제2한국학교 부지 유상 대여 방침을 백지화했고, 지난해 9월에는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에 대한 추모 집회에 현직 도쿄도지사로서는 처음 추도사를 보내지 않았다. 지난 19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참가하는 것과 관련해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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