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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전 가동 중지 명령에, 폐로 결정까지... 역풍 맞는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이 잇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 고등법원의 원전 가동 중지 명령이 나온 데 이어 대형 원전의 폐로가 결정되면서 향후 원전의 폐로가 잇따를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간사이전력은 지난 22일 후쿠이(福井)현에 있는 오이(大飯) 원전 1·2호기의 폐로를 결정, 내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작업은 3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福島)원전 사고 이후 폐로가 결정된 원전은 14기지만, 오이 1·2호기(각 117만kw급)와 같은 대형 원전의 폐로 결정은 처음이다.
 배경에는 채산성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기간을 40년으로 규정했다. 다만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신규제 기준을 통과할 경우 최장 6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대책비로만 1000억엔(약 9500억) 정도가 드는 데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착한 절전 의식으로 전력 수요가 20% 가까이 줄어들면서 채산성을 맞추는 것이 어렵게 됐다.
 전력회사의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쿄전력은 니가타(新潟)현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 7· 8호기의 재가동을 승인받았지만, 니가타현 지사는 후쿠시마 사고 검증이 끝날 때까지 재가동 논의를 하지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화된 규제 기준에 따라 쓰루가(敦賀 )원전 2호기와 시카(志賀) 원전 1호기는 부지 아래 활성단층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폐로 과정을 밟게 된다. 여기에 지난 13일 히로시마(廣島) 고등재판소가 화산 분화 영향에 대한 예측 미흡 등을 이유로 에히메(愛媛)현 이카타(伊方) 원전 3호기의 가동 중지를 명령하는 등 사법부의 판단도 엄격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아베 정권의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했지만,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가동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고, 지난해 기준 2%대인 원전 에너지 생산 비율을 2030년까지 20~2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선 국내 원전 30기 정도의 재가동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재가동하거나 기간 연장을 신청한 곳은 13곳이다. 하지만 간사이전력처럼 채산성을 따진 대형원전의 폐로 결정이 잇따를 경우 계획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의 신·증설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원전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넘어야 하는 만큼 현재까지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