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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급속한 인구 감소, 시설 노후화에 ‘인프라’ 축소하는 일본

   일본 아키타(秋田)현 핫포(八峰)촌은 지난해 3월 노후화한 옛 어린이집 등 공공시설 3곳을 철거했다. 통폐합한 옛 초등학교 건물 2곳도 2020년까지 용도가 없으면 해체할 방침이다. 이처럼 공공시설을 철거하는 것은 유지·갱신 등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핫포촌에선 1970년대 집중 건설된 공공시설이 조만간 갱신 시기를 일제히 맞는데, 마을 인구는 2040년까지 40%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공공시설을 이대로 보유할 경우 2035년엔 약 85억엔(약 815억원)의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

■인프라 유지 어려워 철거하는 곳도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일본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시설 축소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고도성장기 건설된 인프라(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설을 중지하는 것은 물론, 시설을 철거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야마나시(山梨)현 고스게(小菅)촌은 지난해 3월 옛 학교 건물과 공민관(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을 줄일 계획을 세웠다. 건물 층수와 면적도 줄일 예정이다. 이용이 거의 없는 마을 수영장 등이 철거될 전망이다. 이 마을에선 공공시설의 유지·갱신 비용이 2017년부터 40년 간 165억엔(약 1580억원)으로 추산된다. 연간 비용은 약 4억엔으로 마을의 투자경비 3억4000만엔을 웃돈다.
 공공시설 축소에 나서는 지자체들이 생기는 가운데 인프라 신설은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가 지난해 가을 인구가 10%이상 감소한 시정촌(市町村) 175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5~10년 뒤 인프라 신설을 중단하겠다는 곳이 절반을 넘었다. 교토(京都)부 와즈카(和束)정은 주민 요구에 따라 도로를 신설할 경우 원칙적으로 용지 제공을 요구한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세웠다. 이 마을은 교토부 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우지(宇治)차의 명산지지만 최근 경작 포기가 증가하고 있고, 오사카나 교토로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인구가 10년 사이 20% 줄었다.

 
■비용 급증에 시설 축소, 민간 매각 등 대책 서둘러
 급속한 인구 감소와 인프라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지자체는 골머리를 안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전국 도로·다리의 23%가 건설한 지 50년이 지났다. 2033년에는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시설의 유지관리·갱신 비용의 급증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되고 있다. 2033년 관리·갱신 비용은 2013년보다 5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토목 부문 직원수가 감소하는 지자체도 많기 때문에 시설 점검이 불충분한 데다 ‘점검의 질’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인구 감소로 버스나 소매점 등 민간 사업자가 철수해 생활에 지장을 받는 지역이 있다고 밝힌 시정촌도 41%나 됐다. 이런 지역에는 민간 대신 지자체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에히메(愛媛)현 구마고겐(久万高原)정에서는 JR시코쿠버스가 이용자수 감소로 채산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작년 봄 마을 중심부에서 산간부까지 가는 20㎞ 구간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마을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을 ‘메인터넌스(관리) 원년’으로 정하고,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인프라의 민간 매각을 촉진하는 ‘민간자금을 활용한 사회자본 정비법(PFI)’ 개정안을 오는 22일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주거지와 도시의 주요 기능과 주거지를 한 곳에 집약하는 ‘콤팩트 시티’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5년부터 콤팩트 시티를 추진한 도야마(富山) 현 도야마시는 도심과 거점 지역을 차세대형 노면전차(LRT)와 버스로 연결해 노선 주변 거주를 유도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북부 내륙의 비후카(美深)정은 일부 집합 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콤팩트 시티’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구 감소의 영향이 향후 5~10년 안에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지자체가 많아, 이에 대비한 ‘맞춤형’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검토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