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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일본 경제](1)“무기력 탈출, 아베노믹스의 공헌…양적완화 계속하면 미래 불투명”

 

 

 
[다시 뛰는 일본 경제](1)“무기력 탈출, 아베노믹스의 공헌…양적완화 계속하면 미래 불투명”

“사람들이 ‘어쩌면 바뀔지도 모른다’는 전향적인 마음을 가지게 한 점이 ‘아베노믹스’의 공헌이랄 수 있다.” 

나가이 시게토(長井滋人)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54·사진)는 8일 일본 경제 회복세를 두고 ‘아베노믹스’가 장기 불황으로 쌓여온 무기력감을 변화시킨 점을 거론했다. 그는 저하된 ‘신진대사’를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가이 대표는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은행에 입사한 뒤 기획국 참사, 런던소장, 국제국장 등을 지냈다.

- 일본 경제가 장기 회복세다. 

“일본 경제는 아주 좋은 상태다.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잠재성장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 경기 회복세의 원인을 꼽자면. 

“아베노믹스의 공헌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으로 과도한 엔고를 수습해 사람들에게 안심감을 줬다. 가장 큰 요인은 세계 경제 호황이다. 설비투자 수요 증가로 일본으로선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다만 아베노믹스가 내수 주도의 자율적 성장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아직 어중간한 상황이다. 기업 수익은 기록적으로 좋지만 임금 형태로 가계로 돌아가지 않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소비가 전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은 없나.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재정적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해이함이 있다. 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몇 년 더’가 계속되면 단기적으로 행복해도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안 선다. 하지만 2% 깃발을 내릴 경우 오히려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 다른 위험 요인은 없나. 

“기업의 설비 투자가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지금까지 하던 것에 투자하는 점이 약간 우려된다. 2019년 소비세 인상도 관문이다. 아베 총리는 ‘경제 우선’이라지만 역시 ‘개헌 우선’ 아닌가.”

- 일본 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정규직 임금이 충분히 상승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시스템에 있다. 경영자는 장기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고정비용이 증대되는 베이스업(기본급 인상)에 극히 신중하다. 하지만 고용시스템을 바꾸는 건 사회보장과 연결되는 문제여서 어렵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선 ‘3개의 화살’에 포함되지 않는 개혁이 필요한데, 이 문제는 사회 안정성이냐 효율성이냐라는 정치적 의미를 띠게 된다.” 

- 일본 경제의 과제는. 

“인체에 빗대 말하면 신진대사의 저하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저하하고 있다. 추가 가치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여 나가느냐가 과제다. 근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대책은 좀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일본의 장기 불황 극복 과정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고통을 동반하는 개혁을 피하고 시간을 끌면 일본처럼 완만한 위기에 들어간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몸을 숙였다가 크게 점프하는 게 필요하다. 고통을 동반하는 과정을 두려워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