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말인 지난 7일 미쓰코시(三越)백화점 니혼바시(日本橋) 본점 주위엔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자동차 50여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새해 첫 세일이 아직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건을 싸게 사려고 일시적으로 몰리던 예년 이맘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이나 부유층을 상대로 매상을 올렸던 백화점에는 중산층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최근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들이 많다보니 소비심리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예년과는 다른 조짐”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경제가 완연한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12년 12월 시작된 경기 확장세는 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고용시장은 일손 부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빠져나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응급환자에게 링거 주사를 놓아 일으켰을 뿐, 선순환 구조가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남았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기동향지수에 의한 경기기조 판단은 지난해 10월 ‘개선’을 기록, 59개월 연속 경기 확장세가 이어졌다. 이는 1960년대 후반 ‘이자나기 경기’(1965년 11월~1970년 7월·57개월) 기록을 뛰어넘은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길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연율 기준 2.5% 증가해 7분기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실질 경제성장률은 1% 정도인 잠재성장률을 앞선다. 경제의 기본 실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강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일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2만3714를 기록, 2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률도 지난해 11월 2.7%로 1993년 이후 2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경기 확장 국면은 기업 실적의 회복에 따른 것이다. 2017년 3분기 실질 GDP는 연환산액으로 약 534조엔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간 2013년 1분기보다 약 30조엔이 늘었다. 기업의 설비 투자와 수출도 각각 13조엔, 17조엔 증가했다. 기업 실적 회복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가 효과를 내고 있는 증거로 거론된다.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 재정지출’ ‘공격적 성장전략’ 등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 가운데 대규모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가 순풍이 됐다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도 견조세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모두 10년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시오카 준코(西岡純子)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속적인 해외 수요로 인한 기업 생산성과 수출 회복, 일본 은행의 완화 정책, 경제정책의 안정성 등 일본 경제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소비심리가 확연하게 좋아졌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고토 소비(가치 소비)’가 소비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아랫목’엔 여전히 냉기가 흐른다. 한 60대 여성은 “경기가 좋아졌다는 건 좀 더 있는 사람들 얘기”라면서 “서민들은 노후나 교육비 때문에 좀체 지갑을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목표로 하는 2% 물가상승률은 아직 먼 얘기다. 지난해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금 개선도 더디다. 지난해 10월 실질임금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경영자단체까지 나서 ‘3% 임금 인상’을 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고용·소득 개선이 개인 소비를 밀어올려 ‘경기의 선순환’을 이뤄낸다는 정부의 시나리오가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격차 확대도 우려되고 있다. 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 호세이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5년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사람의 분단이 심화됐다”면서 “20년간 계속돼온 기업 이익과 임금의 왜곡된 편중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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