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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인생이 즐거웠다고 생각하며 관에 들어가고 싶다“…한 일본 기업인의 ‘생전 장례식’

 “건강할 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 11일 도쿄 미나토(港)구의 한 호텔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건설장비업체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安崎曉·80) 전 사장이 개최한 ‘생전 장례식’이다. 안자키 전 사장은 지난달 20일 신문 광고를 통해 자신이 말기암인 사실을 공표하면서 이번 모임을 알렸다. 전직 기업인의 이례적인 ‘생전 장례식’ 광고는 일본 사회에 큰 방향을 일으켰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모임은 안자키 전 사장과 교류가 있는 약 1000명이 참석했다고 일본 언론이 12일 전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행사장에는 골프나 여행을 즐기는 안 자키 전 사장의 사진이 걸렸다. 안자키 전 사장의  출신지인 도쿠시마(德島)를 대표하는 춤인 ‘아와오도리’가 공연되기도 했다.
 휠체어에 탄 안자키 전 사장은 테이블을 돌면서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담소를 나눴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안자키 전 사장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고마쓰 사장을 역임했고, 이후 회장과 고문격인 상담역을 거쳤다. 지난 10월 담낭암 말기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삶의 질”을 우선하겠다면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인들에게 ‘감사의 모임’을 열겠다는 신문 광고를 냈다. 대기업 사장 출신이 ‘생전 장례식’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선 “감동을 받았다” “이상적인 슈카츠(終活·임종 활동)” 등 댓글이 잇따랐다. 
 일본에서 장례식은 고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고인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행위를 통해 슬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에 의한 의식인 만큼 고인이 관여할 수는 없다. 이를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 하는 것이 ‘생전 장례식’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생전 장례식’을 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앞서 여배우 미즈노에 타키코가 1993년 도쿄 호텔에서 생전 장례식을 열어 화제가 됐고. 2014년에는 가수인 오구라 게이가 생전장례식 콘서트를 열었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전되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활동인 ‘슈카츠’가 유행하면서 ‘생전 장례식’도 함께 주목을 모으고 있다. 고타니 미도리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반인의 생전 장례식도 상당히 있다. 자신의 아이가 장애인이어서 사후에도 아이를 부탁하는 경우나 독신으로 살면서 사후 장례식을 하지 않겠다면서 친구를 모아 감사의 모임을 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고타니 연구원은 “생전 장례식을 통해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가 생겨나 그것이 자신이 산 증거도 된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실제 이날 모임에 참석한 고마쓰의 전 사외이사는 “본인을 만나서 매우 의미있었다”고 말했고, 대학 시절 후배는 “자신의 인생을, 인간 관계를 통해 하나 하나 하나 확인했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자키 전 사장은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인생에서 해후했던 사람들과 악수하고, 고맙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시간을 충실히 해 ‘인생이 즐거웠다’라고 생각하면서 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뒤 밝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