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1937년 나온 작품이 80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만화가 ‘밀리언셀러’ 등극을 앞두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은퇴 철회 후 만들고 있는 신작도 같은 제목이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만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난 8월말 발매 이후 지금까지 15쇄 95만부가 팔렸다. 이 만화의 원작을 새롭게 단장한 ‘신장판’(21만부)까지 합하면 100만부를 훌쩍 넘어서는 판배부수다. 기존 원작인 이와나미(岩波) 문고판도 판매부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만화가 하가 쇼이치(羽賀翔一)가 그린 이 만화의 원작은 1937년 출판된 동명의 책으로, 오랫 동안 일본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아왔다.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원작은 중학생 코페르와 근처에 사는 삼촌과의 교류를 통해 용기, 이지메(괴롭힘), 빈곤, 격차, 교양 등 삶의 의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코페르는 친구를 배신한 사건 등 시련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스스로 자신을 결정하는 힘’을 발견해간다.
원작자 요시노 겐자부로(吉野源三郞·1899~1981)는 진보 잡지 <세카이(世界)>의 초대 편집장을 지내는 등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편집인, 아동문학가이다.
책이 출판된 1937년은 중일전쟁이 발발한 때다. 요시노는 일본이 군국주의를 향해 나아가면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크게 제약받던 당시 청소년들이 지녀야 할 인문정신과 윤리도덕을 책에 담았다. 그는 집필 이유에 대해 “이들은 편협한 국수주의나 반동적인 사상을 넘어섰다. 자유롭고 풍부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전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원작 속 삼촌은 일본이 서구의 법률과 함께 수입할 기회를 놓친 ‘자유와 존엄’을 쟁취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만화는 다만 설교풍의 원작 내용을 지금 시대에 맞게 조금 바꿨다. 위에서 내려보는 듯했던 삼촌은 내면의 갈등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이에 따라 코페르와 삼촌이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일종의 청춘물로 변모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설명했다.
한편 <이웃집 토토로> 등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76)이 복귀작으로 준비 중인 신작 장편 애니메이션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다. 미야자키 감독은 신작에서 원작이 주인공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출판계에선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인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화를 출판한 매거진하우스 측은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작이 출간되던 당시와 현재의 일본 상황에서 유사점을 발견하는 시각도 있다. 문예평론가 사이토 미나코(齊藤美奈子)는 도쿄신문 칼럼에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인기에 대해 “10년 전 비정규직 증가로 인해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게공선(蟹工船)>이 인기를 얻었던 것과 같은 현상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국주의가 발호하는 시대. ‘편협한 국수주의와 반동적 사상’에 저항하는 책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해 기뻐해야 할까 탄식해야 할까. 1937년과 2017년이 들어맞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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