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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내가 죽으면 아들은 어떻게”...심각화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고령화

 “내가 죽으면 아들은 어떻게 하지, 그 생각밖에 없어요.”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 사는 한 60대 여성은 30대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자식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나도 눈 깜짝할 새에 80세가 된다. 내가 갑자기 죽었을 때 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른다. 상속 등 복잡한 절차가 있지만 바깥에 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여성의 아들은 사춘기 때 친구가 생기지 않아 집에 틀어박혔다. 대학은 겨우 마쳤지만, 취직도 하지 않은 채 약 10년 간 방에서 게임 등을 하고 있다. 가끔 방에서 나와 얼굴을 비칠 때도 있지만 감정의 기복이 심해 폭력을 휘두를 때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집안에 틀어박혀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히키코모리 생활이 길어져 나이가 40~50대가 되면 고령의 부모가 경제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가족이 함께 무너지거나 부모 사후 히키코모리의 생활 곤궁이나 상속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5~39세 히키코모리는 54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조사에는 40세 이상은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2010년 조사에서 35~39세 히키코모리가 전체의 23.7%로 가장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10·20대 문제로만 생각했던 히키코모리 현상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야마나시(山梨)현, 시마네(島根)현 등의 조사에선 히키코모리의 과반수가 4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케이는 “이전에는 10~20대가 많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그 상태를 탈출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히키코모리는 자신의 소득 없이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고령의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간지 다이아몬드 인터넷판에 따르면 20년 가까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40대 남성은 올 들어 80대의 양친이 병환으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오랫동안 사회와 관계를 끊고 지낸 탓에 부모의 간병·병원비를 비롯해 연금과 저축 등에 대한 정산이나 토지·건물의 명의변경을 할 수 없어 고립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일본 유일의 히키코모리 당사자 단체인 ‘KHJ전국히키코모리가족회연합회’에는 자신이 죽은 후 남게 되는 자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생사를 같이 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후(岐阜)현에선 70대 부부와 40대 아들의 사체가 발견됐다. 부모의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들은 굶어죽었다. 아들은 오랫 동안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시 직원이 방문했을 때 부모는 지원 신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히키코모리 가족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OSD 다가가기 네트워크’의 이케다 가요(池田佳世) 이사장은 “히키코모리 문제를 안고 있는 부모들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면서 “죽을 때 같이 죽겠다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부모 사망 이후 상속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자산이 동결되는 경우도 있고, 상속해도 재산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단체 측은 “1980년대부터 히키코모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사회에 나가도 ‘타임슬립’ 상태”라며 “사회 참여를 조금씩 할 수 있는 것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히키코모리를 사회에 참여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히키코모리 등을 대상으로 취업준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복지사무소를 설치하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사업을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그만둔 이유는 ‘대상자가 필요성을 이해하지 않아서’(58.2%), ‘새로운 환경에 거부감이 있어서’(39%) 순이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