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의한 ‘무력공격사태’를 가정한 주민 대피훈련을 이르면 내년 1월 도쿄(東京) 도심에서 실시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
인구 밀집 지역인 도쿄에서의 미사일 대피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는 “한반도 유사사태 가능성이 현실감을 띠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되기 쉬운 도심에서의 훈련이 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훈련은 내각관방과 도쿄도 등이 협력, 긴급정보를 전달하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활용한 주민대피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늦어도 3월 사이에 실시될 예정으로, 구체적 훈련 내용과 장소는 정부와 도쿄도가 결정한다.
일본에선 지난 3월 아키타(秋田)현을 시작으로 20여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미사일 낙하를 상정한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인구가 적은 지방도시였다. 인구밀집지역에서의 훈련은 “국민의 위기감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긴다”는 우려 때문에 삼갔다. 거리에 나와있는 인파가 많은 도심부에선 훈련 사실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놀라 “훈련 자체가 혼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할 경우 북한이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산케이는 지적했다. 그럴 경우 중요 시설이 몰려 있는 도심이 표적이 될 공산이 큰 만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시에서의 미사일 대피훈련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적극적 실시를 요청해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심에서 대피훈련에 대해선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지난 1일 대도시에선 처음으로 후쿠오카(福岡)현 후쿠오카시에서 미사일 대피훈련이 실시됐지만, 시민단체들이 “쓸 데 없이 불안을 부추긴다”라며 시 측에 훈련 중지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훈련이 실제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일 미군기지는 북한이 공격 목표로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요코스카(橫須)기지를 끼고 있는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선 본격적인 훈련이 예정돼 있지 않다. 가나가와현 야마토(大和)시 시장을 역임한 쓰치야 기미야스(土屋候保) 전 다이쇼(大正)대 객원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마당에 머리에 두건을 쓰는 것 같은 훈련에 어디까지 의미가 있냐”면서 “만일의 경우가 생겼을 대 비판받을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지자체 측도 본심은 냉랭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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