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한반도

“공작원” “생화학 테러”...잇따르는 북한 표류 선박에 ‘불안감’ 키우는 일본

 북한 어선이 일본 동해 연안에 표류해 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일본 내에서 경계와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은 북한 공작원 잠입이나 생화학 테러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유사 사태 발생시 대량 난민 유입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일본의 과민 반응이 투영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표류해온 북한 어선들이 잇따라 발견된 일본 동해 연안 지역에선 불안감이 퍼지면서 경계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해안보안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해변으로 떠내려온 북한 추정 선적은 28건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2014년 1월의 21건을 넘어섰다.
 일본에선 특히 표류한 어민들이 실제 어민인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의구심은 지난달 29일 홋카이도(北海道) 마쓰마에(松前) 앞바다에서 발견된 목선이 북한 인민군 소속 선박으로 추정되면서 증폭되는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6일 목선에 걸려있는 금속판에 ‘조선인민군 제854군부대’라는 한글이 적혀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목선에 타있던 북한인들이 인근 무인도의 대피건물에서 TV 등 가전제품을 훔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표류 어선에 북한 공작원이 섞여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더 키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레이더로 발견하기 어려운 목선은 공작원이나 테러리스트가 일본에 상륙하가 위해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북한 공작원이나 난민이 탄 배가 오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공작원 가능성은 물론, 생화학무기에 의한 테러 위험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보수 언론인 출신 아오야마 시게하루(靑山繁晴) 자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북한이 무기화한 천연두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것은 유엔 관료들 사이에선 상식이다. 상륙자에 감염자가 있다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5일 “(배에 탑승한 북한인들이) 어민인지, 아닌지를 포함해 신중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에선 군인이 농업과 어업 등의 생산활동에도 종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바람과 파도가 거칠어지는 동계에 굳이 목선을 통해 북한 공작원을 일본에 상륙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탈북자지원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공작원을 일본에 보낼 경우 조선족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입국시키는 게 통상적인 방법인 만큼 “표류하기 쉬운 목선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밝혔다. 
 북한은 심각한 식량 부족에 더해 올해는 유엔의 제재로 인해 더욱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1월초 ‘동계어획전투’라는 이름으로 어획량을 늘릴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게다가 북한은 연안의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버렸다. 북한 어민이 모험을 무릅쓰고 먼 바다로 나오는 이유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대표는 한 TV 방송에 나와 “공작원이든 스파이든, 북한이 일본에 그런 사람을 보낼 동기도 이유도 없다”면서 “최근 북한을 보는 일본의 분위기기 이상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표류민 이외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