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주의자로 지탄받아온 극우 인사가 도쿄도 구의원에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 도쿄도 가쓰시카(葛飾)구 의원이다. 2012년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칭)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박아 기소됐던 극우 인사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에서 매독 감염자수가 44년만에 5000명을 넘었다는 보도를 인용하면서 “누가 일본에 (매독을) 지니고 오는지 알고 있지 않냐. 일본에 가장 많이 오는 중국인”이라는 글을 올렸다.
스즈키는 도쿄신문의 취재에 “매독에 대해선 내 나름대로 생각해 일본에 오는 중국인 증가율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사실을 기술만 한 것으로 헤이트스피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독 감염자수와 중국인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국립감염증연구소 측은 “매독의 증가 요인으로 국적이 관계가 있다는 분석은 없다. 트위터 내용은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위터 상에는 “헤이트스피치다. (스즈키는) 인종차별주의자다” “‘구의원을 사직하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가쓰시카 구 의회에도 비슷한 내용의 항의성 전화·메일이 수십 건 왔다. 하지만 구 의회 측은 현재로선 달리 취할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을 쓴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외국인도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분열과 차별을 가져오는 스즈키의 발언은 허용될 수 없다”면서 “구 의원이나 의회 사무국도 책임과 자각을 갖고 차별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즈키는 지난달 12일 구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2587표를 얻어 36위(정수 40명)로 당선됐다. 그는 극우단체 ‘유신정당·신풍’의 대표를 맡고 있었으나, 지난 7월 이 단체로부터 제명당했다. 그의 차별적 언동이 제명 원인이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전 회장이 설립한 ‘일본제1당’이 그를 추천하고, 재특회의 전 회원들도 그의 선거활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재일 조선인 작가 리신혜씨가 혐한 발언을 한 사쿠라이 전 회장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에 대해 77만엔(약 745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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