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 수많은 난민이 몰려올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공작원 등 위험인물이 피난민들에 섞여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경비를 강화하고 거점항구에서 엄격한 심사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처방침을 마련한다. 또 일시 수용이 결정된 피난민들은 임시 수용시설에 머물게 되며, 시설설치 장소는 한반도에 가까운 큐슈(九州)가 유력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공격을 단행할 경우 북한에서 목선 등을 타고 수만 명의 피난민들이 일본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공작원이나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으로 가장해 들어올 경우 주일 미군과 자위대의 시설, 원자력발전소 등 중요시설이 테러 등의 표적이 될 우려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강조했다.
대처방침에 따르면 우선 해안보안청 순시선을 일본해(동해) 연안에 중점적으로 배치, 목선 등을 확인하는 대로 정부가 미리 지정한 거점항에 피난민을 이송한다. 거점항에선 경찰이 신원이나 범죄경력을 조사해 위험인물이라고 판단한 피난민은 강제 퇴거시킨다. 일시 수용이 결정된 난민은 입국관리국이나 면역소에 의한 상륙수속을 거쳐 임시 수용시설로 이송할 예정이다. 한국으로부터의 피난민도 예상되는 만큼 한국인 수용시설도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미군이 북한 공격을 검토했던 지난 1994년 북한 핵위기 당시 극비로 난민대책을 마련했다. 최근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다고 보고 당시 계획을 기본으로 대처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의 입국난민법은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지만, 핵위기 당시 대책에는 여권이 없는 난민들도 특례로 일시 입국을 인정하되 엄격한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여러 대책들을 눈에 띄게 거론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전날 방위성에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한반도 유사시 한국 거주 일본인 퇴거를 위해 미일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NHK는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 수 만명의 난민이 일본에 유입돼 보호시설 등에서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전문 연구팀을 신설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9월 한 강연에서 한반도 유사시 대량 난민의 유입 가능성을 들면서 “무장 난민일지도 모른다. 자위대는 방위 출동할 것인지, 사살할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지난 14일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유사시 상정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청중에게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또 대량 난민 유입시 대응에 대해선 “현행법령을 기준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후 대응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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