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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악의 축’ 망령 되살리는 ‘반테러리즘’

2017.01.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 7개국 국민들을 콕 집어 입국을 금지한 것이 인종·종교 차별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반(反)테러리즘을 명분으로 7개국을 지정한 것이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반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이라크·이란·북한을 지칭했던 ‘악의 축’이 15년 만에 되살아난 셈이다.


■ 반테러 명분, ‘무슬림 입국금지’ 

 

트럼프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발동한 행정명령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7개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90일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난민 입국 프로그램도 120일간 중지된다. 특히 난민심사를 강화해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시리아 난민 입국을 무기한 중단시키기로 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들어온 난민 8만4995명 가운데 1만2486명이 시리아 출신이다. 다만 종교 박해를 받은 난민은 예외다. 트럼프는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 인터뷰에서 시리아 기독교도들이 난민 지위를 우선 적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톰브래들리국제공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히틀러로 그린 깃발 등을 들고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_ AFP연합뉴스


올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난민의 수도 5만명으로 제한된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11만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유럽이 난민 대란을 겪을 때 정작 중동을 전쟁으로 몰아간 미국은 나 몰라라 한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오바마 정부는 난민 수용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다시 뒤로 돌렸다.


트럼프의 ‘무슬림 장벽’에 전 세계가 분노


■ ‘트럼프 월드’는 위험국서 제외? 

 

인권단체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종교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이슬람 국가들은 테러 국가로, 난민은 테러범으로 몰아가는 조치라는 것이다. CNN은 1980년 난민법이 제정된 이후 미국에 들어온 난민 가운데 치명적인 테러 공격에 연루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는 미국 시민이나 이번 리스트의 7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들이 저질렀다. 9·11 테러범 19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레바논 출신들이었다. 14명이 사망한 2015년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범인들은 파키스탄 태생이고,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공격을 저지른 형제는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났다. 근래 프랑스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 주범들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의 모로코·튀니지 출신들이었다.

 

미국 법원,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


트럼프의 주장대로라면 지하드(이슬람 성전) 조직들의 근거지인 사우디나 이집트, 극단주의 조직원들이 훈련받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겨냥했어야 한다. 그런데 부시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악의 축’을 만들어냈듯, 트럼프는 국외 테러와 관련 없는 나라들을 겨냥해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이란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수니파 극단주의와 상극인 나라다. 

 

Trump‘s Immigration Ban Excludes Countries With Business Ties


일각에선 트럼프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우디 등이 빠진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CNN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집트에 2개, 사우디에 8개의 사업체를 갖고 있다. 요즘 테러가 빈발하는 터키 이스탄불에는 트럼프타워가 있고, UAE의 두바이에서는 트럼프 회사가 골프장 2개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