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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깊이보기

공장 지으라는 트럼프...압박만으로는 안 되는 이유  

2017.01.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라고 ‘빅3’ 자동차회사들을 압박했다. “미국 것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공약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특성상 당장 거액을 들여 새 공장을 지을 수도 없거니와,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만으로 이미 사라진 일자리들을 다시 만들어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 “공장 지으면 규제 완화”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에서 자동차가 더 많이 생산되고 직원들이 더 많이 고용되며 공장이 더 많이 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규제를 줄이고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에 호응하지 않는 기업들은 엄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3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들을 만났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메리 바라 GM 경영자(맨 왼쪽) 등에게 미국 안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워싱턴 _ UPI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3사 CEO를 만난 것은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업계를 설득하기 위해 회동한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날 만남에서 환경규제를 ‘불필요한 부담’으로 비판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들여오면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GM과 포드 등은 물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 등도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전문가들 “이미 설비 과잉”

 

그러나 ‘기업 괴롭히기’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산이 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자동차연구센터(CAR)의 분석가 크리스틴 지첵은 “자동차업체들은 1990년대 이후 줄곧 설비 과잉 상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자동차업체들처럼 거대 생산시설과 하청업체 네트워크가 필요한 기업들은 장기적인 계획하에 투자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새 자동차 공장을 짓는 데 3년 이상 걸리고, 적어도 10억달러가 든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압박한다고 도깨비방망이 휘두르듯 공장이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GM의 메리 바라 CEO 등 세 경영자들은 이날 트럼프 앞에서 “환경과 안전과 일자리 개선을 위해 정부와 함께할 대단한 기회”라며 장단을 맞춰줬다. 하지만 이들이 쉽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GM은 2018년까지 멕시코에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바라는 이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포드는 멕시코 소형차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고 했으나, 미국 미시간에서 멕시코로 소형차 생산을 옮겨갈 계획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USA투데이는 포드가 멕시코에 새 공장을 짓지는 않겠다는 것뿐이지, 기존 멕시코 공장에서 소형차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형차를 만드는 미시간주의 공장들은 미국 내 수요가 남아 있는 중형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GM은 23일 오하이오와 미시간에 있는 소형차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면서 2000명을 해고했다. 당장은 트럼프의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는 시늉을 하겠지만 결국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 “국경세 대신 자유무역을”

 

국경세로도 일자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저임금이 큰 매력이긴 하지만 멕시코의 주요한 장점은 44개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만들면 세계 자동차 시장 절반에 관세 없이 팔 수 있다. 

 

반면 미국이 멕시코와 비슷한 무역협정을 맺은 상대는 20개국에 불과하다. 2만5000달러짜리 자동차 한 대를 멕시코에서 생산하면 운송비용(300달러)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임금(600달러)과 부품(1500달러), 관세(2500달러) 등에서 4300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따라서 빠져나간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려면 관세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CAR 선임분석가 버나드 스위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지한다 해도 멕시코가 다른 나라들과 맺은 협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