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때 아닌 ‘햄버거 전국 전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햄버거 업체들이 매장을 크게 늘려나가는 경쟁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 업체들이 일제히 출점 경쟁에 나서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 만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시장 위축이 이어지는 일본에서 이례적인 ‘햄버거 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2위의 햄버거 업체인 버거킹은 일본 지역 체인 운영을 투자펀드에 맞기고 출점을 확대하겠다고 지난 17일 공식 발표했다. 버거킹은 전 세계에 1만60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선 세계 1위인 맥도날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98개 점포밖에 두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대량 출점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버거킹만이 아니다. 2016년 프레시니스버거를 운영하는 회사를 매수한 코로와이도는 현재 160개인 점포수를 2020년까지 400개로 늘린다. 웬디스재팬에 인수된 퍼스트키친은 웬디스와의 공동 브랜드 매장을 현재 20개점에서 100개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을 촉발시킨 것은 맥도날드다. 일본 맥도날드는 3년 전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 재표 사용 파문 등 잇따른 악재에서 벗어나 부활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일본 맥도날드의 동일 매장 매출은 21개월 연속으로 늘어났으며, 회사는 올해 이익 전망을 2배로 늘려서 수정했다고 블룸버그는 최근 전했다. 일본에서 29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맥도날드는 내년부터 출점 공세에 나서 10년만에 처음 점포수를 늘릴 계획이다.
경쟁업체인 버거킹으로선 맥도날드의 부활극에 속을 끓을 수밖에 없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니혼게이자이는 햄버거 업체들이 일제히 출점 경쟁에 나선 배경에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맥도날드가 출점을 확대하면 독주를 허용하고 만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맥도날드의 부활은 채산이 맞지 않는 매장을 줄인 결과다. 경영 환경이 호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업계 전반으로도 인구 감소로 시장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햄버거 업체들의 경쟁적인 출점 움직임에 ‘사각(死角)’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햄버거 업계는 1971년 1호점을 연 맥도날드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맥도날드는 1990년대 중반 매년 300~500개의 점포를 내 2위인 모스버거 등도 출점 확대로 맞서는 등 격한 경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2000년 들어 햄버거 업계는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된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채산이 맞지 않는 점포를 대량 껴안게 됐다. 디플레이션과 건강 지향 등 역풍까지 더해지면서 버거킹은 2001년 일본으로부터 일시 철수하기도 했다. 맥도날드의 점포수는 2002년 3892곳을 피크로 2010년에 약 1000개가 줄었고, 모스버거 등도 이 기간 부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일본 패스트푸드 시장은 4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성장세는 둔하다는 지적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 시장은 위축된다. 특히 고객층이 젊은 세대가 중심인 햄버거는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다’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규동 등다른 패스트 푸드와의 경쟁도 심하다. 니혼게이자이는 “과당 경쟁이 이대로 진행되면 손님이 질려버릴 수 있는 리스크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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