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埼玉)현 가스카베(春日部)시에는 거대한 ‘지하 신전’이 있다.
축구경기장보다 넓은 지하 공간에 높이 19m, 무게 500t의 기둥 57개가 늘어서 있다. ‘조압(調壓)수조’라는 거대 콘크리트 시설로, 호우 때 하천 물을 끌어들여 에도(江戶)강으로 흘려보내는 ‘수도권외곽방수로’의 일부다. 수도권외곽방수로는 직경 10m, 길이 6.3㎞로 세계 최대 지하방수로로 알려져 있다. 이 방수로 일부를 둘러보는 무료 견학회에 참가한 이들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비현실감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한다.
27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댐이나 공항, 항구, 운하, 고속도로, 교량 등 대형 공공시설을 둘러보는 ‘인프라 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참가자들은 거대 구조물의 박력을 가까이에서 느끼거나 보통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둘러보는 ‘비일상성’을 즐긴다. 일본에선 2000년대 들어 ‘공장 견학’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인프라 투어’는 그 후속편이 셈이다.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인프라 투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수도권외곽방수로’는 대표적인 ‘인프라 투어’ 명소다. 지하 50m에 있는 수로에 물이 들어오는 것은 1년에 7~8회 정도. 그 외에는 무료 견학회가 평일을 중심으로 열린다. SF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경관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광고의 촬영장소로도 자주 활용된다. 연간 방문객이 3만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80개국의 외국인이 찾았을 정도로 외국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혼슈시코쿠(本州四國) 연락고속도로’는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와 아와지(淡路)섬을 잇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아카시해협대교 투어를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하고 있다. 해면에서 높이가 300m 되는 지지탑의 최상부에 올라가 절경을 즐길 수 있다. 관리용 도로를 통해 아카시해협대교를 1㎞ 정도 걸으면서 현장기술자의 설명을 듣고, 엘리베이터로 지지탑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매년 약 1만명이 찾고 있는데, 2000명이 외국 관광객이라고 한다.
여행사가 기획하는 ‘인프라 투어’도 늘고 있다. 도쿄 소재의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은 개통 전의 국도나 고속도로를 견학하는 버스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실시한 ‘수도권중앙연락자동차도 투어’에는 500명이 참가했다. 개통 전의 중앙도를 버스로 달리고, 인터체인지 부근 1㎞를 걷는 투어다. 이 회사는 ‘국도 375호 도쿄항 터널 투어’도 실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관련 시설이나 도로가 잇따라 건설되고 있다”면서 “투어를 만들면 인기를 끌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도 인프라 거점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관광입국 실현’ 시책의 하나로 ‘인프라 투어리즘’을 내세웠다.
국토성은 지난해 1월 전국의 견학회나 유료 투어를 종합 소개하는 포털사이트를 개설했다.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에 이르는 국토부 소관 시설을 처음 조사해서 만들었다.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300건 정도의 견학회를 게재하고 있다. 아카시해협대교나 수륙양용버스로 둘러보는 유니시가와(湯西川) 댐(도치기현) 등 유료 투어도 있지만, 90%가 무료 견학 시설이다. 포털사이트를 관리하는 국토성 공공사업기획조정과 측은 “여행사나 지자체,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유료화가 가능한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지역 활성화로 연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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