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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서점이 달린다”…‘무(無)서점 지역’ 타개하는 진화형 서점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는 약 800권의 책을 실은 차량이 달리고 있다. 사단법인 홋카이도 북셰어링이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달리는 서점’(사진)이다. 서점이 없고 도서관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홋카이도 내 기초자치단체(시·정·촌·구)를 월 2~3회 돌면서 그림책이나 아동서 신간을 판매하고 있다. 아라이 히로아키(荒井宏明) 대표는 “홋카이도 지자체의 30%가 서점이 없는데, 독서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책을 고르는 것은 어렵다”면서 “차로 돌아다니면 아이들이 ‘도서실에는 읽고 싶은 책이 없다’고 푸념하면서도 즐겁게 책을 산다”고 밝혔다. 
 출판도매업체인 도한의 조사에 따르면 7월 현재 홋카이도 기초자치단체 188곳 중 약 30%인 58곳이 서점이 없는 ‘무(無)서점 지역’이라고 지지통신은 11일 전했다. 홋카이도뿐만 아니다. 과거 ‘서점 강국’으로까지 불렸던 일본에선 최근 서점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1896곳 중 서점이 완전히 사라진 지역이 22% 정도인 420곳(가가와현 제외)에 이른다.
 집 가까운 곳에 서점이 없는 ‘무서점지역’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달리는 서점’이다. 나가노(長野)현 우에다(上田)시에서 인터넷 고서점 밸류북스를 운영하는 나카무라 가즈요시(中村和義) 대표는 미니 버스를 구입해 ‘책 버스’로 재탄생시켰다. 버스 개조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집했다. 고액을 출자한 이들에겐 ‘책 버스’를 부를 권리를 줬다. 나카무라 대표는 “실제 책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 북 버스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말에는 헌책 1000권을 실고 나가노현 오마치(大町)시에서 열린 행사에 나갔다. 2일간 300권이 팔렸다. 9월 중순부터 ‘책 버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월 2회를 기본으로 무서점 지역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각 지역의 특성을 생각해 버스에 실을 책을 고를 생각이다.
 기존 서점이 아니라 호텔이나 음식점 등 다른 장소에서 책을 판매하는 시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가고시마(鹿兒島)현에서 고속선으로 50분 정도 떨어진 가미고시키시마(上甑島)에는 두부점 겸 카페 ‘야마시타 상점’이 있다. 커피향이 은은히 떠도는 가게 안에는 근해에서 잡은 멸치를 올리브에 절인 것과 두부 등 음식물이나 토산품이 진열돼 있다. 이와 함께 인테리어나 자연 등에 관한 에세이집 등 책들도 진열돼 있다. 야마시타 겐타(山下賢太) 사장은 “섬 안에는 서점도 영화관도 없다. 문화적인 것에 접할 기회가 있으면 삶의 방식이 현격하게 변한다”고 말했다.
 야마시타 상점이 책을 팔기 시작한 것은 3개월 전이다. 오사카시의 출판도매업체인 오사카야쿠리다가 지난 1월에 시작한 소액결제 서비스를 알게 되면서다.
 일본에선 책이 통상 출판사로부터 도매업체를 경유해 서점에 배포된다. 서점이 대형도매업체와 거래하기 위해선 매상 규모에 따라 보증금이 필요하다. ‘무서점 지역’이 늘고 있는 데 위기감을 느낀 오사카야쿠리다가 서점 이외의 다른 업종을 비롯해 누구라도 가볍게 책을 팔 수 있기 위해 소액결제 서비스를 고안했다. 보증금이 필요 없고 책을 1권부터 주문할 수 있다. 현재 전국 60개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호텔에선 로비에 여행기나 미술서를 두고 숙박객에게 팔고 있다. 어린이용품점에는 그림책을 두고, 아웃도어용품 전문점에선 산악지도나 산에 관한 책을 파는 등 다양한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북 카페’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