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친구, 중년 아저씨, 결혼식 하객, 세니마 참석자, 심지어 개까지….’
일본의 ‘렌탈업계’에선 이 모든 것을 빌릴 수 있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패밀리 로맨스’는 대행·대리출석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다. 결혼식이나 세미나에 대리 참석하거나 상견례 자리에서 부모를 대행하는 인력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게 ‘친구 대행’ 서비스다. 생일 파티 등에 필요한 친구를 빌려준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용 친구’ 렌탈 서비스도 있다. 자신이 현실에서 ‘잘 나가는 사람’임을 SNS 상에서 보여주기를 원하는 사람을 겨냥한 것이다. 종종 전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과거보다 더 즐거운 삶을 보내고 있다고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친구 한 사람을 빌리는 데 두 시간에 8000엔(약 8만2000원). 한 달에 220~30건 정도 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친구의 성별과 연령대, 심지어 ‘드레스 코드’까지 고를 수 있다. 패밀리 로맨스 이시이 유지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나 친구들이 그들이 친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지통신에 말했다.
이치노카와 류이치는 2006년부터 ‘하트 프로젝트’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 e메일을 통한 상담서비스를 하다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고객의 결혼식에 아버지 대행을 하게 된 게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최근엔 임신한 여성의 아버지 역할을 했다. 그녀의 진짜 아버지가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짜 아버지’라는 걸 들킨 적은 없다. 아버지 대행 서비스는 1인당 3만엔(약 31만원)이다.
이치노카와는 일본에서 ‘가짜 가족’에 대한 수요가 많은 데 대해 “일본인들은 에티켓이나 외양에 서양인보다 훨씬 더 많이 집착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는 <렌탈 패밀리 주식회사>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일본에선 함께 수다를 떨거나 고민을 들어주는 중년 아저씨도 ‘렌탈’할 수 있다. ‘옷상(아저씨) 렌탈’이라는 업체는 1시간에 1000엔 정도의 가격으로 중년 아저씨를 빌려준다. 고객들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기 소개서를 보고 중년 남성들을 고를 수 있다. 이 업체는 이들 중년 남성들이 모두 면접을 거쳤고, 고객으로부터 3차례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일종의 ‘안심보장’ 서비스인 셈이다.
고객은 자신이 고른 중년 남성과 약속 장소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를 부르거나 한다. 회사 측은 “중년 아저씨들은 전혀 일면식이 없는 낯선 사람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깊숙한 비밀까지 털어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특이한 ‘렌탈 월드’는 인간을 넘어 네 발 짐승에까지 뻗어 있다. 도쿄에 위치한 ‘도그 하트’는 고객들에게 푸들이나 비글, 골든리트리버 등 애완견을 빌려주고 있다. 이 가게의 단골 고객은 애완견을 기를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이다. 쓰치야 유키코 대표는 “일본인들은 개나 차 같은 것을 친구에게 빌리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래서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더 간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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