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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머리카락 31㎝에 마음을 담아’...일본 아이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헤어 도네이션’

   ‘필요한 것은 31㎝ 이상 길이의  머리카락.’
 일본에서 ‘헤어 도네이션’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헤어 도네이션은 소아암 등의 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들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해 가발을 보내주는 ‘머리카락 기부’  활동이다.
 2일 NHK에 따르면 일본에선 2009년 오사카에서 설립된 시민단체 ‘일본 헤어 도네이션 앤 채러티(JHD&C)’를 중심으로 머리카락 기부가 새로운 자원봉사 활동의 하나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단체는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자는  취지로 18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가발을 무료로 보내주고 있다.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선 머리카락 길이가 31㎝ 이상이어야 한다. 가발 하나를 만드는 데 약 30명분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13살 때 뇌종양 수술을 한 시마부쿠로 레나(島袋麗奈)는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졌다. 약 1년간을 기다린 끝에 가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마부쿠로는 “머리를 묶거나 말거나 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마음껏 스타일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D&C에선 지금까지 4~18세 아이들 180명 이상에게 가발을 보냈다. 지금도 약 160명의 아이들이 가발을 쓰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고 한다. .
 지금까지 머리카락 기부자는 주로 20~40대 여성들이었지만, 최근에는 10대 아이들의 기부가 늘고 있다. JHD&C로 보내오는 머리카락은 하루 약 200건. 지난 8월에는 이 가운데 40%가 10대 아이들이 기부한 것이었다고 한다.
 와타나베 기이치(渡邊貴一) 대표는 10대 아이들의 머리카락 기부가 증가하는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몇 년 간 인기 여배우이자 가수 시바사키 고를 시작으로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접하게 된 어머니 세대들이 공감하게 됐고, 이런 공감이 아이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JHD&C가 지난 여름방학 때 개최한 이벤트에도 약 100명의 부모·아이가 참가해 실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보거나 가발을 받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월부터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했다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는 어린이신문 기사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앞으로 2년간 머리카락을 기르면 ‘31㎝’ 요건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기부자는 전체의 10% 미만이다.
 머리카락 기부를 위한 ‘여고생 모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군마(群馬)현의 고교 2년생 이야노 마리아(伊谷野眞莉愛)는 지난 5월 ‘여고생 헤어 도네이션 동호회’를 만들었다. 함께 지냈던 할아버지를 암으로 잃고난 뒤 같은 암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재 회원은 30여명. 한 달에 한 번 만나 머리카락 기부를 호소하는 포스터를 만들거나 머리카락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SNS 상에서도 활동 상황을 올리면서 머리카락 기부를 전파하고 있다. 시간도, 용돈도 없는 고교생에게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부담없음'이 이 동호회의 매력 중 하나다. 서로 격려하면서 머리카락을 길러 ‘헤어 도네이션’이라고 하는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단결하는 것에서 유대감과 충실감을 얻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