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도날드는 지난 5일부터 전국 약 2900개 점포에서 ‘주부 대상 크루(종업원) 체험회’를 실시하고 있다. 다음달말까지 햄버거 만드는 법이나 고객 응대법 등을 1회 30분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맥도날드가 ‘주부 체험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들 방학이 끝나 주부의 생활 패턴이 바뀌는 시기에 맞춰 ‘주부 크루’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 맥도날드의 파트타임 종업원은 약 13만명이다. 이 가운데 학생이 절반을, 주부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학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으면서 ‘아르바이트 주부’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육아나 노인 간병 등으로 바쁜 주부들도 일할 수 있도록 1주일에 2시간만 일해도 채용할 계획이다. 일본 맥도날드 측은 “맥도날드는 젊은이들의 직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단시간 근무나 유연 근무제 등 주부가 일하기 쉬운 환경임을 널리 알려 주부 수만 명 채용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험회에 참가한 하세가와 아이코는 요미우리신문에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뒀지만, 아이들이 성장해 다시 일하고 싶다”며 “단시간이라면 일할 수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대형 외식업체나 소매회사가 주부를 채용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일본 맥도날드처럼 주부를 대상으로 한 체험회나 설명회를 적극 개최하는 것은 물론, 주부 종업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점포 안에 보육소를 설치하거나 업무를 간소화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일본의 일손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관련업계에서 파트타임 고용의 주전력인 주부 쟁탈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파트타임 종업원이 운영에 불가결인 편의점업체는 주부를 대상으로 한 채용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이달 수도권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한 채용설명회를 처음 개최한다. 사장이 직접 연사로 나선다. 패밀리마트는 현재 점포 종업원 20만명 가운데 4분의 1이 주부로,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10만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일하기 쉬운 환경을 정비해 ‘주부 일꾼’을 확보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외식 체인점 ‘스키야’와 ‘코코스’를 운영하는 젠쇼홀딩스는 지난 3월 이바라키현 우시큐(牛久)시 사업소 내에 보육소를 개설했다. 이바라키현에서만 2번째다. 보육소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이 회사 체인점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종업원도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보육소를 늘릴 방침이다.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도 올가을 도쿄와 히로시마 점포 2층에 종업원용 보육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패밀리마트도 내년 봄까지 일부 점포에 보육소를 병설할 예정이다. 로손은 주부가 일하기 쉽도록 업무를 간소화하고 있다. 대형 편의점체인 가운데 처음으로 자동 거스름돈 기계를 도입했다.
일본에선 일손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일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7월 유효구인배율은 1.52배로 43년 5개월만에 최고수준이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수를 기업의 구인자 수로 나눈 것으로, 1배 보다 크면 구직자 수보다 일자리 수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총무성의 2016년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15~59세 여성 가운데 일할 의욕이 있어도 일하지 못하는 여성이 315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측이 일하기 쉬운 환경만 정비하면 일을 희망하는 주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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