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고 싶지 않으면 쉬렴.” “네 편이 여기 있어.”
지난 29일 일본 전국후토코(不登校·등교하지 않음)신문사 등 시민단체 5곳이 공동으로 긴급 메시지를 발표했다. “괴로우면 학교를 쉬어도 된다” “너를 지지해주는 네 편이 여기 있다” 등의 내용이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는 일본 여배우 기키 기린(樹木希林)의 “9월1일이 싫다면 자살하기보다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의 “싫은 곳이라면 도망가서 더 살아가자”라는 메시지도 실렸다. 상담 장소나 학교 이외 거처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도쿄 우에노동물원도 30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괴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혹시 갈 곳이 없으면 동물원에 오세요”라고 밝혔다.
2학기 개학을 앞둔 일본에선 이런 메시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학교에 가지 않고, 더 나아가 극단적 선택으로 기울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노력들이다. 신문·방송에서도 관련 기사나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어린이·청소년들의 자살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기 시작되는 시기에 급증하기 때문이다.
2015년 내각부가 1972년부터 2013년까지 18세 이하 자살자(1만8048명)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을 조사한 결과 9월1일이 1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9월2일(94명)과 8월31일(92명)이었다. 일본의 초·중·고교는 대부분 9월1일에 2학기를 시작한다. 1학기가 시작되는 4월11일(99명)과 4월8일(95명)도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은 날이다.
후토코신문 이시이 시코 편집장은 “자살뿐만 아니라 등교거부가 시작되는 것도 긴 방학이 끝난 때가 많다. 아이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실제 지역 교육위원회 등에 설치된 아동 상담전화에는 “집단따돌림(이지메) 때문에 학교 가기 싫다” 등 상담전화가 몰리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어떻게 하지? 학교에 안 가면 혼나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지 않아” 등의 글들이 눈에 띈다.
개학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면서 정부나 시민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학교 측에 자살예방 대응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자살 암시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지를 살펴보는 ‘인터넷 패트롤’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24시간 아이 SOS 다이얼’ ‘칠드런 라인’ 등 상담전화나 이지메 발견 점검 항목 및 대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스쿨 전국네트워크’는 8월 하순부터 9월까지 아이들이 학교 대신 있을 곳을 무료로 개방하거나 프리스쿨(등교거부 학생 등을 돌봐주는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스쿨에선 공부, 독서, 악기 연주 등 원하는 것을 하며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전국에 470곳 정도 있다. 등교거부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인 도쿄슈레도 대안으로 추천된다. 교육평론가인 오기 나오키 호세대 특임교수는 “학교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면 안가도 된다. 긴급피난이다. 쉬는 것도 자신을 지키는 귀중한 권리”라고 NHK에 말했다.
일본에선 이지메나 학교 부적응 등을 이유로 공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일본 초·중학교에서 집계된 신규 비(非)등교 학생이 약 6만5000명으로, 1993년도 약 3만3000명에서 두 배 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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