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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다마고치, 패미콘, 세이코 시계, 소년점프...추억의 상품들이 돌아온다

 다마고치, 패미콘, 세이코 시계, 소년점프….
 일본에서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상품들이 복각판(復刻版·단종됐다 다시 생산한 상품)으로 속속 출시되고 있다. 컨셉트나 디자인은 과거 그대로 두면서도 ‘현대풍’을 가미한 것도 있다. 이런 복각판은 중장년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게임·완구업체 반다이는 지난 4월 ‘다마고치’의 복각판을 출시했다. 다마고치는 알에서 깨어난 동물 캐릭터를 키우는 애완동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기다. 1996년 발매돼 1999년까지 4000만개가 팔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위조품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복각판은 오리지널 모델처럼 사용자가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등 게임기 속 동물 캐릭터를 정성껏 키우는 방식이다. 달걀 모양에 흑백 액정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다만 휴대가 간편하도록 크기가 예전의 80%로 작아졌고, 액정 화면이 직사각형에서 정사각형으로 바뀌었다. 바쁜 회사원들도 간단하게 키울 수 있도록 놀이 기능 등을 줄였다. 과거 사용자들은 초등 1~3학년 여학생이 90%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복각판은 20대 여성이 44%에 달한다. 도쿄 시내의 한 완구판매장을 초등 1학년인 딸과 함께 방문한 남성 회사원은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다마고치에 친숙했던 부모세대에 더해 조부모부터 손자까지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회사 닌텐도도 지난해 11월 ‘패미콘(패밀리 컴퓨터)’의 복각판을 발매했다. 지난 3월까지 세계 판매대수가 230만대를 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패미콘은 1983년 발매된 사실상 첫 가정용 게임기로, 전 세계에서 6000만대가 판매되면서 대히트를 했다. 


 당시 패미콘은 카드 형태의 게임 팩을 삽입하는 방식이었는데, 복각판은 추억의 게임 30개가 내장돼 있어 TV에 그대로 연결해 즐길 수 있다. 동키콩, 슈퍼마리오, 쿵푸 등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게임들이 포함됐다. 백색과 연지색의 복고풍 분위기는 그대로인 대신 오리지널 제품보다 크기가 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객층은 과거 패미콘을 가지고 놀던 30~40대가 중심이다. 닌텐도는 오는 10월 패미콘의 후속으로 1990년 발매됐던 ‘슈퍼패미콤’의 복각판도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잡지인 <주간 소년점프>도 지난 7월 복각판이 나왔다. 1968년 창간호와 최고부수(653만부)를 기록한 1994년도 호를 세트로 묶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등 전성기 시절 작품들이 들어있다. 지면은 당시 그대로 재현해 인기작품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짜임새다. 도쿄 진보초 산세이도(三省堂) 서점에선 30권의 복각판이 바로 팔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승리·우정·노력’을 주제로 한 <주간 소년점프>는 주로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절정기였던 1994년 653만부가 팔렸지만, 최근에는 평균 발행부수가 200만부 밑으로 떨어졌다. 복각판 발매는 떠나간 독자를 다시 불러모으는 한편 부자간 대화의 소재로 등장시켜 아이들도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내년 50주년을 앞두고 분기점이 됐던 호를 2권씩 세트로 발매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조조의 기묘한 모험’(1986년)과 ‘원피스’(1997년)의 연재개시호를 세트로 실렸다.

 복긱판은 고급품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세이코 워치는 1960년 고급 브랜드로 출시했던 ‘그랜드 세이코’의 최초 모델 3개의 복각판 모델을 지난 3월 한정판으로 발매했다. 1개에 60만~320만엔의 고가품이지만 시내 점포에선 하루에 10여개가 팔리는 등 “같은 가격대 모델에 비교해 잘 팔린다”는 후문이다.


 복각판은 옛날을 그리워하면서 구입하는 오랜 팬 뿐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노무라종협연구소의 닛토 히로유키(日戶浩之) 수석 컨설턴트는 “정보의 홍수에 지친 소비자들 중에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히트 상품이면 믿을 만하다는 안정감이 폭넓은 소비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