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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복간’ 원하면 투표하세요...불황 속 일본 출판 문화 떠받치는 ‘복간’ 열정

 ‘보고 싶은 책의 복간(復刊)을 원하면 투표하세요.’
 일본에서도 출판계의 불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책이 절판되거나 재판(再版)이 결정되지 않는 등 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저항하는 ‘복간’ 움직임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복간 흐름의 결정적인 요인은 복간을 원하는 독자들의 ‘리퀘스트(요청)’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에도 <까마귀네 빵집> 등으로 잘 알려진 그림책 작가 가코 사토시(91)의 작품은 최근 10년 간 20종 이상이 복간됐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복간 요청이 잇따르면서다.
 복간본의 절반 이상을 작업한 곳이 ‘복간닷컴’이다. 이 회사가 복간을 결정하는 방식은 독자 투표다. 온라인으로 독자 투표를 실시해 100표 이상이 넘으면 구판(舊板) 출판사와 복간을 위한 교섭에 들어간다. 교섭에는 적어도 반 년이 걸린다. 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지난 18년 간 이 회사를 통해 복간을 요청한 총투표수는 85만3000표. 복간 요청을 받은 5만3000종 가운데 5400종을 복간했다. <도라에몽>으로 유명한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의 <괴물군>은 6만부가 판매됐다.
 복간본은 구간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그래도 손에 넣고 싶다는 독자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애장판’을 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견출판사들도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가면서 끈기있게 복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창간 90년을 맞은 이와나미문고에선 1965~2005년 간행된 책 가운데 이와나미문고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을 연 1, 2회 총 60종 정도를 복간본으로 내고 있다. 아울러 1964년 이전 간행된 책들도  연 1회 30종 정도를 복간하고 있다. 이같은 열정이 번역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다른 출판사에서 낸 책을 복간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SF나 미스테리 번역물을 갖춘 하야카와문고도 지난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70종을 복간했다.
 미즈호쇼보 등 인문출판사 10곳이 실시하고 있는 ‘도서복권’ 페어도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했다. 올해 42종의 복간이 결정됐다. 지쿠마문고와 가와데문고도 올해 기노쿠니야서점을 통해 독자로부터 복간 리퀘스트를 모집했다.
 1인 출판사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도쿄 기치조지의 나쓰바사는 지난 7년간 낸 책 24종 가운데 절만이 복간본이다. 도쿄 고서점 주인의 숨겨진 에세이집  <옛날의 손님>은 1만부 이상 팔렸다. 이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라다 준이치로(寺田潤一郞)는 “좋은 책이 절판되는 것이 독자로서 항상 불만이었다”면서 “책의 세계가 훨씬 더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