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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일, 전국에 '코로나 긴급사태' 선포...확진자 한국 추월할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6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본 열도 전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지난 7일 도쿄도를 비롯한 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에 한정해 긴급사태를 선포한 지 9일 만에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로 대상지역을 확대한 것이다. 긴급사태 선포 뒤에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의료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명에 육박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총리 관저에서 정부대책본부를 열고 “지역의 (코로나19) 유행을 억제하고, 특히 (4월말 대형 연휴인) 골든위크 때 사람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긴급사태 선포 지역을 전 도도부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 대한 긴급사태 적용 기간은 지난 7일 선언한 7개 지역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6일까지다.
 아베 총리는 “도시부에서 사람들의 이동 등에 따른 클러스터(감염집단)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등 감염 확산 경향이 보인다”면서 “도도부현을 넘어 절대 이동하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촉구해달라. 어떻게든 최저 70%, 최대 80%까지 사람들의 이동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국난이라고 말해야할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본 전체가 한덩어리가 돼 대처해 나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이 급감한 가정에 한해 가구당 30만엔(340만원)을 지급한다는 기존 방침을 두고 “대상이 좁다” 등 불만이 커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지만, 추경예산을 재편성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됐다고 NHK는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전문가로 구성된 ‘기본적 방침 등 자문위원회’를 열고 긴급사태 선포의 전국 확대가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이어 국회 중·참의원 운영위원회에서 이런 방침을 보고했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포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키로 한 배경은 간명하다. 7개 지역에 한정해 긴급사태를 선포한 뒤에도 코로나19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면이 바뀌었다고 판단했다”라고 NHK는 설명했다. 실제 일본 내에선 코로나 급증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증가세가 이어지면 며칠 내에 한국보다 감염자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NHK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9220명에 달한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확진자 712명을 합하면 일본에서 확인된 누적 감염자는 9932명이다. 특히 최근 1주일 동안 확진자는 하루 평균 536명 늘었다. 한국은 16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1만613명이며 최근 1주일 새 하루 평균 2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런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18일쯤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전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병원 내 감염’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의료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도 긴급사태 선언의 전국 확대를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요코쿠라 요시타케(橫倉義武) 일본의사회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 종사자가 감염되면 의료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호소한 바 있다. 후생노동성의 전문가팀 클러스터 대책반은 같은날 아무런 감염 확산 대책을 취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위독 상태 환자 수가 총 85만명이 발생해 최악의 경우 이들의 절반인 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