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농담인 줄”, “언 발에 오줌누기 하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마스크 품귀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가구당 천 마스크 2장을 배포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일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위기 속에 “전례가 없는” “대담한” 대책을 예고해온 아베 총리가 기껏 꺼내든 게 ‘가구당 2개’인 천 마스크냐는 비난이 쇄도하면서다. 태평양 전쟁 말기 죽창으로 싸우자던 ‘정신 승리론’이 되살아났다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천 마스크를 다음 주 이후 모든 세대에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천 마스크를 사용한 뒤 세재로 빨아 재이용이 가능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마스크 (부족) 사태에 극히 효과가 있다”라면서 재사용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천 마스크는 우체국 시스템을 통해 각 주소별로 2개씩 배부할 계획으로, 도쿄 등 감염자 수가 많은 지방자치단체부터 차례로 배부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 상에는 비난이 빗발쳤다.
네티즌들은 “가정마다 천 마스크 2장 주고 버티라니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평균 가구당 인원이 2.47명인데 2장 갖고 뭐 하라는 거냐” 등 아베 총리를 성토했다.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빗대 “먼 훗날 이게 아베 정권이 꺼내든 ‘아베노마스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고기권, 생선권, 이제는 마스크 2장. 누가누가 잘하나는 이제 그만”이라고 했다. 앞서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코로나19 경제 대책으로 쇠고기나 어패류를 살 수 있는 ‘고기권’이나 ‘생선권’을 발행하자는 안을 냈다가 빈축을 산 것을 비꼰 것이다.
천 마스크 배포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면서 전날 밤 ‘마스크 2장’이 트위터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2위도 ‘천 마스크로 속이지 마라’가 올랐다. 한 네티즌이 밤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해시태그(#) 데모를 하자는 제안에 호응이 잇따르면서다.
일본 네티즌들은 천 마스크 2개로 아베 총리의 입과 눈을 가린 합성 사진 등을 올리면서 정부 대응을 비꼬았다. 일본 최장수 애니메이션인 <사자에씨>의 주인공 가족이 4명씩 마스크 한 장을 겹쳐 쓴 패러디물이 확산되기도 했다.
2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가구당 평균 가족 수는 2.4명인데 왜 2장으로 했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는 별도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1100만장의 천 마스크를 우선 공급해왔다고 했다.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마스크가 평이 안 좋았으니, 다음은 전 세대에 손씻기용 비누 1개냐”면서 “전력(戰力)의 순차 투입이라는 단어가 나날이 뼈저리게 느껴진다”라고 적었다. 전력을 조금씩 투입하다가 패배를 면치 못했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실패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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