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조트로 여행 가서 일 해도 근무로 쳐줘요.’
일본에서 ‘텔레워크’로 불리는 재택근무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항공(JAL)이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조합한 ‘워케이션(Worcation)’을 내달 1일부터 도입한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에 JAL이 도입하는 워케이션은 해외 리조트 등에서 최대 5일간 사외 근무가 가능한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급료는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반면, 유급휴가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일본에선 외국계 기업이나 벤처기업이 국내 리조트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한 경우는 있지만, 대기업이 ‘텔레워크’를 해외에서 인정한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어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JAL은 지금까지 비행사나 승무원을 제외하곤 전 사원이 정보기술(IT) 기술을 활용해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일하는 ‘텔레워크’를 적극 활용하도록 장려해왔다. 지금까지는 자택이나 고향에 내려갔을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JAL은 “세계 어디에서도 일해도 괜찮다고 회사가 명시함으로써 사원들에게 다양한 일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는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사원들은 회의 등이 잡힐 경우 가족과 같은 시기에 휴가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 뒤에는 가족여행에 동행할 수 있게 된다. 해외 리조트나 관광지의 숙소에서 일을 하고, 아침이나 저녁 시간은 레저를 즐기면서 재충전함으로써 유연한 발상을 촉진할 수 있고,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JAL 사원들은 여행지에선 컴퓨터를 이용해 일정한 시간 동안 자료 작성 등의 업무를 한다. 회의가 있을 경우 전화로 참여할 수 있다. 업무 개시와 종료 시간을 상사에게 보고하고, 업무 진척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회사 측도 근무실태를 파악하게 된다. 워케이션은 출근일로 쳐주고 유급휴가와 별도이기 때문에 유급휴가와 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JAL은 7~8월을 장려기간으로 해서 전 사원에게 적극적인 참가를 홍보할 계획이다. 9월 이후에도 이용가능하다. 일본에서 텔레워크를 추진하고 있는 총무성 정보유통고도화추진실은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국내에선 일본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5월부터 전 사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사원들은 금요일 일찍 여행지로 가서 일을 하고 주말까지 휴가를 즐기는 등 워케이션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또 휴양지인 난키시라하마(南紀白浜)리조트가 있는 와카야마(和歌山)현은 지난 4월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보급 활동을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 등 17개사가 이번 여름부터 가을까지 난키시라하마에서 워케이션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일하는 방식 개혁’의 하나로 텔레워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데 익숙한 일본 기업 문화와 사원평가 방식, 일과 사생활 분리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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