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상가이자 ‘오타쿠’(특정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성지(聖地)인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
메이드(하녀) 복장을 한 여성이 눈에 띄는 중앙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아키하바라 가차폰 회관’(위 사진)이 나온다. ‘가차가차’ 또는 ‘가차폰’이라고 불리는 캡슐인형을 파는 가게다. 가게 안 동전 교환기 앞에는 회사원들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이곳에는 100엔에서 500엔을 넣고 캡슐인형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500대 정도 설치돼 있다. 최근 잘 팔리는 캡슐인형은 ‘원소주기표 마그넷(자석)’. 200엔을 넣고 다이얼을 짤깍하고 돌리면 반투명 캡슐이 나온다. 캡슐을 열자 나온 것은 79번 Au, 금(金)이다. 실제 금이 아니라 금 사진을 붙인 마그넷이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과 특별히 관심있는 물건이 나왔을 때의 쾌감이 몇 번이고 돈을 넣게하는 올가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캡슐인형 3차 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일본을 대표하는 상품인 캡슐인형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까지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을 줄줄이 내놓으면서다. 캡슐인형에 빠진 외국인들을 겨냥한 상품들도 많이 나온다.
아키하바라 가차폰 회관은 주말에만 하루 2000명 정도가 찾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손님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키하바라는 ‘가차가차’의 성지로도 불린다. 아키하바라의 가게 대부분은 입구 근처에 캡슐뽑기 기계가 설치돼 있다.
오사카(大阪) 인근의 간사이(關西)국제공항 제2터미널에는 지난 4월 캡슐뽑기 기계 118대가 설치됐다. 귀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남은 잔돈을 쓰게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캡슐뽑기 기계에 열광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캡슐인형의 95%가 수입품이고, 특히 60%가 중국제라는 점이다.
사실 캡슐인형은 한국에서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 학교 앞 문방구나 구멍가게 앞에 한 두개 정도가 설치돼 있던 것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인형뽑기 기계와 함께 유행하고 있다.
■50년 역사...원소주기표 마그넷에서부터 지역 토산품까지
캡슐인형은 일본의 ‘모노쓰쿠리(장인정신)’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캡슐뽑기 기계는 1960년대 수입된 미국의 껌 판매기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
캡슐인형은 1970년대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 70%를 점하고 있는 ‘반다이’가 1977년에 캡슐인형 시장에 참가, 1983년 ‘근육맨 지우개’(긴케시)를 출시하면서 ‘제1차 붐’을 일으킨다. 아이들은 이 지우개를 당당하게 ‘문방구’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놀았다. 긴케시는 1987년까지 4년 간 1억8000만개가 팔렸다고 한다.
캡슐인형은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성인들까지 끌어들이는 ‘2차 붐’을 일으킨다. 반다이 측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라는 틀을 뛰어넘어 평범한 성인들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5년도 총매출액 335억엔을 정점으로 캡슐인형의 인기는 주춤했지만,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현재는 연간 300억엔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의 ‘3차 호황’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앙빵맨(호빵맨) 같은 캐릭터와 함께 ‘컵의 후치코’다. 컵의 ‘후치(가장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여성 피규어로, 구입자의 80%가 여성이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일본 특산품으로 인기가 높다.
현재 캡슐인형은 아동과 성인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특히 성인 시장에선 지역과의 공동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시카와(石川)현의 유명 도자기인 구타니야키(九谷燒)를 만드는 구타니토센(九谷陶泉)은 지난해 10월부터 젊은 작가들이 만든 젓가락 받침(500엔)을 캡슐뽑기 기계에서 선보이고 있다. 가나자와 역이나 고마쓰 공항 등 현내 11곳에 기계를 설치해 7개월만에 4000개가 팔렸다. 오는 8월에는 도쿄의 다카시마야 백화점 식품매장에도 기계를 설치할 계획이다.
피규어 제조업체인 켄 엘리펀트는 홋카이도나 이바라키, 교토, 오키나와 등 16곳의 특산품(400엔)을 캡슐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도쿄의 JR 우에노역에 캡슐뽑기 기계를 설치한 특산품 가게도 열 예정이다. 이시야마 겐조(石山健三) 사장은 “실제로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사준다”면서 “향토에 뿌리내린 토산 공예품으로서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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