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도 도쿄(東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대폭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도쿄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오버슈트’(감염자의 폭발적 증가)는 물론,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26일 긴급사태 선언을 대비한 대책본부를 설치했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현 상황을 “국난”이라고 했다. 7월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을 의식해 ‘감염자 수’를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아온 일본 정부가 올림픽이 연기되자 급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정부 대책본부’ 설치를 결정했다. 정부 대책본부 본부장은 아베 총리가 맡게 된다. 대책본부 설치 후에는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감염병이 만연해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총리는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 대책본부 설치 자체가 긴급사태 선언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첫 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난이라고 할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국민이 한덩어리가 돼 대책을 한층 더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1만명 당 감염자 수가 한국, 중국, 이탈리아 등보다 낮다”며 상황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해왔던 아베 총리가 ‘국난’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버슈트 우려가 더욱 커졌다”며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일엔 가능한 한 재택근무와 야간 외출 삼가, 주말엔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외출 자제 등을 요청했다. 도쿄와 인접한 가나가와(神奈川)와 지바(千葉), 사이타마(埼玉)현 등도 이날 주말 외출 자제를 촉구했다.
현재 일본에선 확진자 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도쿄에선 이날 하루 최대인 47명의 감염이 확인됐다고 NHK가 전했다. 도쿄에선 지난 23일 16명, 24일 17명, 25일 4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보건당국은 감염경로를 알 수 없거나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는 데 경계감을 표하고 있다. 지난 25일 감염이 확인된 41명 가운데 13명이 감염경로를 알 수 없었다. 도쿄의 종합병원에선 11명이 집단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 사회에선 코로나19 공포가 급속히 번지는 모습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쌀이나 냉동식품, 생수 등을 사재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고이케 지사의 발언을 계기로 일제히 ‘감염 폭발’, ‘도시 봉쇄’ 우려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전문가들도 도쿄가 위기 상황에 있다고 했다. 하마다 아쓰오(濱田篤郞) 도쿄의과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오버슈트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와 접점이 많은 도쿄는 이미 감염이 만연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가와오카 요시히로(河岡義裕) 도쿄대의과학연구소 교수도 “지금 일본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해 사태를 방관했을 뿐 코로나19는 물밑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달리 적은 일본의 확진자 수를 두고선 검사량 자체가 적은 데 따른 것으로,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돼왔던 터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그간 도쿄도가 “도쿄올림픽 실현을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고, 도쿄는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엄격한 요청을 피해왔다”고 비판했다. 한 일본 언론인은 “일본 정부는 ‘감염’이 아니라 ‘감염자 수’를 관리해 왔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자 이제 난리를 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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