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어떻게 될까요?”
지난 주 만난 일본인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서 선수나 관객들이 오겠냐고 했다.
요즘 일본 정부나 언론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5개월 남은 도쿄올림픽 개최 문제다.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사이트가 ‘도쿄올림픽 중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자 ‘가짜 뉴스’ 취급하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주말 ‘소동’을 봐도 그렇다.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 런던시장 후보가 트위터에 도쿄 대신 런던에서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주장한 게 ‘불씨’가 됐다. 일본 언론들은 발언 내용을 보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터넷 여론도 들끓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이 영국 선적임을 들어 “너희 배나 가져가라”고 분노하는 이도 있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 대응에 불신이 커진 때문이다. 24일 현재 크루즈선 감염자는 691명으로, 전체 승선자의 20%에 육박한다. 일본 열도 전역에서도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막는 ‘미즈기와(水際·대책 물가) 대책’에만 집중하다 국내 유행 가능성을 소홀히 했고, 크루즈선의 해상 격리에만 신경 쓰다 선내 집단감염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음성 판정을 받고 하선한 승객의 감염이 잇따라 확인되는 등 검역에 구멍이 뚫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각료 3명이 코로나19 정부대책회의를 빠지고 지역구 행사를 챙긴 것도 비난을 샀다. 아베 총리가 ‘대책본부 8분 출석’, 이후 ‘언론사 간부들과 3시간 회식’을 한 것도 입방아에 올랐다. 정권 스캔들을 추궁하는 야당을 향해 “이 와중에”라고 역공하던 아베 정권도 결국 ‘보여주기식 쇼’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도쿄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는 ‘올림픽, 취소되나? 과학자들, 올림픽 개최 불가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아베 정권으로선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도쿄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통해 소비세 인상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고, 각종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는 정권 기반을 다지길 바라왔기 때문이다.
유념할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아베 정권이 도쿄올림픽 성공에 집착하다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면서 사태를 키운 것이다.
아베 총리는 7년 전 도쿄올림픽 유치 연설에서 2011년 원전 폭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福島)에 대해 “언더 컨트롤”(통제하)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내달 26일 시작되는 올림픽 성화 봉송을 후쿠시마현에서 시작하는 등 도쿄올림픽을 ‘부흥올림픽’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피난지역은 아직도 안전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다. 후쿠시마든 코로나19든 ‘언더 컨트롤’이라는 말을 과연 누가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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