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소리쳐야 되는 걸까.”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21일 도쿄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의 문부과학성 건물 앞에서 수 백명의 목소리가 ‘노래’가 돼 울려퍼졌다.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인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금요행동’에서다.
금요행동은 이날 200회를 맞았다. 일본 정부가 무상학교 지원 제도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법령을 확정한 2013년 2월 시작된 이래 7년 가까이 조선학교 졸업생인 조선대학(재일조선인총연합회가 운영하는 대학) 학생을 중심으로 2주에 한 번꼴로 진행해온 집회다. 일본 시민단체들이 연대집회인 ‘금요행동’까지 더하면 횟수는 309차례에 이른다.
200회를 맞아 이날은 조선대학 학생들은 물론, 무상화 배제의 당사자인 조선중고급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 학생, 학부모 등 재일동포들과 일본 시민단체 회원, 일본 국회의원까지 참여해 1000명 가까운 대규모 집회가 됐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적용 배제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존엄의 문제라면서 ‘차별’ 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문부과학성 건물 앞 도보를 길게 둘러싸고 “문부과학성은 모든 아이들에 대해 배울 권리를 보장하라”,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그만두라”고 목청껏 외쳤다.
조선중고급학교 시절부터 금요행동에 참석해왔다는 조선대학 3년생인 리수정(23)씨는 “사람으로서 받아야할 당연한 권리를 빼앗기고, 민족의 존엄을 짓밟히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반응이 없다고 해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요행동에 연대해온 사노 미치오 호센대 교수는 “고등교육에 이어 유아 보육까지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시키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끊는 등 일본 사회에서 조선인을 차별해도 된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일본 사회가 식민지 지배의 과거와 청산하고 이웃나라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4월 연간 12만엔(약 130만원)에서 24만엔 (약 260만원)의 취학지원금을 지원하는 고교 수업료 무상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여파로 조선학교에 대한 적용을 동결시켰고, 아베 신조(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후인 2013년 2월 조선학교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령이 확정됐다.
이에 반발해 조선학교 학생 등은 도쿄, 나고야, 히로시마,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 5곳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오사카 1심 판결에서 원고 측이 승소했지만, 이후 나온 1, 2심 판결에선 모두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도 도쿄와 오사카 판결에 대해 잇달아 원고 측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원고 측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처분이자 재일 조선인 사회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일본 법원은 조선학교가 친북한 성향의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취학지원금이 수업료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정부 판단에 재량의 일탈은 없다고 봤다.
앞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미 수 차례 일본 정부에 “학생들이 차별없는 평등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 정책에 대한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히려 지난해 10월 실시한 유아교육·보육 시설에 대해 무상화 정책에서도 조선학교가 운영하는 유치원을 제외했다. 송혜숙 보육 무상화를 요구하는 조선유치원보호자연합회 대표는 “금요행동이 200회가 될 때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데 대해 학부모로서 슬픈 마음”이라며 “왜 우리 아이들이, 조선학교에 배울 아이들이 따돌림을 받아야 하나”라고 했다. 그는 “학부모로서 3살짜리 아이들까지 차별해도 좋다는 그릇된 메시지가 퍼지는 것을 더이상 용서할 수 없다”면서 “어린이의 인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금요행동 중간중간에 ‘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를 불렀다.
“얼마나 소리쳐야 좋은 걸까, 줄곧 빼앗겨온 목소리가 있다. 들리는가 듣고 있는가. 분노가 지금 다시 목소리가 된다. 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 동무여 모여라. 노래 부르자”.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문부과학성 건물에 부딪쳐 대답없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빼앗겨온 목소리’를 회복하고, 이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면서 금요행동을 계속 이어갈 것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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