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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셧다운 하루 전 ‘막차 입국’ 안도·피로…일 정부엔 “효과 없다” “불안 더 키워” 성토

   8일 하네다공항 입국 풍경

 “코로나19 문제로 이렇게(입국 제한)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요. 한국이 위험하다면 일본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
 세 살배기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8일 오전 일본 하네다(羽田)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김지혜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 시부모의 마중에 겨우 한숨을 돌리면서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친정에 있던 김씨는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6일 오전 4시30분부터 김포공항 카운터에 줄을 서서 겨우 항공권을 구했다. 김씨가 타고 온 비행기 좌석은 황급히 일본으로 돌아오는 한국인 교민과 유학생, 일본인으로 거의 채워졌다고 한다. 그는 “한·일이 왜 싸우는지 이해가 안된다. 초등학생 싸움 같다”면서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둔 8일 하네다공항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사실상 ‘막차’를 간신히 타고 입국한 이들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피곤함이 뒤섞여 있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9일부터 한국과 중국에 대한 체류 비자 등의 효력을 정지하고, 양국에서 출발하는 입국자에 대해 2주 동안 사실상의 격리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한·일 간 하늘길은 9일부터 사실상 ‘셧다운’과 가까운 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이날 하네다공항은 일정을 앞당겨 들어오는 이들로 어수선했다. 일본인 아내와 생후 80일 된 딸과 함께 입국한 구모씨는 “오늘까지는 괜찮고 내일부터 안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는 그는 첫 손주를 보고 싶어하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닷새 전 한국을 방문했다. 입국 제한 조치까지 취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구씨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 비난을 한국 쪽에 쏠리게 하려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구씨의 일본인 아내도 “정부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는 30대 일본인 여성은 9일자 항공권을 끊어놓았지만 항공사로부터 8일자로 변경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슬아슬했다. 격리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면서도 갑자기 일정이 바뀐 탓에 짐 정리도 못한 채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짐을 가지러 다시 한국에 가야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그는 “복잡한 심경이다. 일본이라고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
 일본 대학에 재학 중인 딸과 함께 들어온 황현씨는 지난 5일 입국 제한 뉴스를 접하고 “혼비백산했다”고 했다. 다행히 예비로 끊어놓은 8일자 항공권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황씨는 “이제 와서 입국 금지가 뭐냐. 어이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김포공항을 출발해 하네다공항으로 들어온 항공편은 9편. 원래 예정됐던 2편은 결항됐다. 일본 정부는 9일부터 중국,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항공편은 도쿄 인근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인근의 간사이공항으로 제한한다. 이 조치는 우선 이달 말까지 적용된다. 이에 따라 3월 김포-하네다 노선은 이날이 마지막인 셈이다. 김포-하네다 노선이 끊기는 것은 2003년 재개 이후 처음이다.
 일본 12개 도시 17개 노선을 운영해온 대한항공은 9일부터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하루 1편)을 제외하고 운항을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은 9∼31일 모든 일본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한·일 간 항공편 운항이 정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