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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일본 최초의 잡지 전문 도서관을 지켜라

 “몇 번이나 신세를 졌는데.” “이곳이 없었으면 논문을 쓰지 못했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도서관 ‘오야 소이치(大宅壯一) 문고’(사진)에 최근 보내져온 응원의 메시지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재정 위기에 빠진 이 도서관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크라우드 펀드를 모집하자 각계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오야 소이치 문고는 일본 최초의 잡지 전문 도서관이다. 평론가 오야 소이치(1900~1970년)의 유지를 받들어, 그가 모아온 잡지들을 중심으로 1971년 개관했다. 오야 소이치는 ‘1억 총백치(白痴)화’ ‘공처(恐妻·남편을 눌러 쥐여살게 하는 아내)’ 등의 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평론가다. 

 그가 살던 집을 개조한 오야 소이치 문고는 잡지를 중심으로 78만권을 소장하고 있다. 메이지(1868~1912년)와 다이쇼(1912~1926년) 시대의 잡지 창간호도 있다. 도서관 측이 “세계에서 판매되는 잡지의 대부분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매년 소장 도서가 1만권씩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400종의 잡지 4500권은 직원들이 데이터베이스화해 검색용 키워드 약 20만개를 추출한다. 키워드를 입력해 찾아보고 싶은 기사가 어느 잡지에 실려 있는 지 알 수 있는 검색법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원고나 방송 제작을 위한 예비 조사에 자주 활용된다. 오야 소이치 문고에는 과거 잡지기사를 참고하려고 찾아오는 기자나 편집자가 많다. 이곳이 일본 논픽션과 출판 문화를 뒷받침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과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2000년 이용자가 8만6000명에 달한 뒤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6년에 유료 인터넷 검색을 도입해 이용자수가 잠시 늘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떨어지고 있다. 2015년 연간 이용자는 8만7000명이지만 이 가운데 직접 도서관을 찾은 사람은 3만7000명이다. 

 인건비를 대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위해선 직원들이 직접 잡지 기사를 읽으면서 키워드를 수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간지 1권의 색인을 작성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오야 소이치 문고가 경영수지를 공개한 2012년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연간 운영비가 2천만엔(약 2억5000만원)이 모자라서, 지난해에는 500만엔의 적자를 냈다. 

 도서관 측에선 입관료나 복사비를 올리고, 인력을 삭감하는 자구책을 도입했지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인터넷에서 운영자금을 모집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했다. 출자액은 3000엔부터 10만엔까지 5단계로 정했다. 출자액에 따라 입장료를 무료로 해주거나 서고를 자유롭게 열람할게 할 수 잇는 등의 특전을 준다. 

 반향은 즉시 나타났다. 당초 목표로 했던 500만엔은 3일만에 달성했다. 문고의 재정 상황을 딱하게 여긴 언론에서도 기사나 칼럼을 통한 보도가 잇따랐다. 언론인들에게도 이 문고는 ‘귀중한 보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 출판사 대표는 “잡지는 편집자가 고생해 모은 정보를 응축한 것이지만, 발행되고나서 금세 잊혀진다”면서 “이런 귀중한 타임캡슐은 누군가 보존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했다. 주오(中央大) 문학부의 쓰지 이즈미 교수는 “내 연구 인생에서 오야 소이치 문고에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는데 좀처럼 도움이 못 돼서 괴로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서관 측 담당자인 가모시다 히로시는 “이런 반향이 있을 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곳을 미래에 남기기 위해 운영 건전화를 를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문고 측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 2014년부터 서가를 둘러보는 무료 투어를 시작했다. 올해에는 논픽션 관련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크라우딩 펀딩은 오는 30일까지 모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