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디?’
지역구 후원회의 신년회, 서예전 표창식, 서훈 축하식….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각료 3명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16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결석하고 찾은 곳이다. 회의는 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아베 총리가 주재했고, 모든 각료가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아베 내각 대응을 두고 ‘뒷북’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구 행사를 우선한 각료들의 행태를 두고 아베 내각의 해이와 ‘보여주기’식 대응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마에 오른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로, 대중적 인기가 높아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이다. 2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16일 대책본부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지역구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서 열린 후원회의 신년회에 출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지난 19일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측 추궁에 “신년회에 있었고, 그 장소에서 술도 나왔다”고 인정했다. 그는 “정무관에 대리를 부탁했고, 위기관리상 규정에 따른 대응”이라고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적은 진지하게 받아들여 반성한다”고 했다.
고이즈미 환경상 외에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도 자신의 정치활동을 이유로 대책본부 회의를 결석한 사실이 밝혀졌다.
모리 법무상은 19일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키시 서예관에서 1년에 한 번 여는 서예전에서 표창식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인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베 총리의 사진과 함께 “대책회의가 개최됐다”는 글을 올려 “흡사 출석한 것같다”라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왔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도 “지역구 소방단 단장의 서훈 축하회”에 출석했다고 해명했다.
아베 내각 각료들의 코로나19 대책회의 ‘대량 결석’ 실태에 야당에선 “각료가 3명이나 지역 정무를 우선해 중요한 회의를 결석했다. 과연 긴장감이 있는 자세냐”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이번 일이 ‘악재’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염해갈 건지 매우 중요한 시기다. 각료들이 출석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한 각료 경험자는 “감염이 한창 확대되는 가운데 지역 신년회를 우선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아베 총리의 ‘보여주기식’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 매일 나오는 ‘총리 동정’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저녁 대책본부에는 8분간 출석한 뒤 니혼게이자이신문 간부들과 3시간 회식을 했다. 일본에서 첫 사망자가 확인된 13일에는 15분간 범정부대책 회의를 한 뒤 후원회 인사, 자민당 젊은 의원들과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SNS에는 “회의에는 단 8분만 출석. 그 후 3시간 회식. 뭘 하고 있는 건가”, “젊은 의원들과 회식, 그 전에도 공저에서 회식” 등의 글들이 잇따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8년 7월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서일본 호우가 시작될 당시 자민당 의원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져 초동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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