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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아베가 “대규모 행사 자제” 요청한 당일...총리보좌관은 정치자금 파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행사 자제를 요청한 당일 밤 총리보좌관을 맡고 있는 자민당 의원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들에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협조를 당부하면서 정작 총리 측근은 이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총리보좌관인 자민당 아키바 겐야(秋葉賢也) 의원은 지난 26일 밤 지역구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에서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출판기념회 명목으로 오후 6시부터 1시간 가량 열렸다. 뷔페를 곁들인 입식(立式) 형식으로 약 200명이 참가했다. 당초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도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썼고, 소독용 알코올도 준비했다고 한다.
 행사가 열리기 직전인 26일 오후 아베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앞으로 1~2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2주 동안 많은 사람이 모이는 전국적 스포츠 및 문화 행사의 중지나 연기, 또는 규모 축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키바 의원은 전날 밤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중지라는 선택지는 좀체 쉽지 않았다”면서 “미야기현을 비롯한 도호쿠(東北) 6개현 모두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자제 요청이 있었던 26일 당일 저녁 인기 걸그룹 ‘Perfume’이 공연을 취소하는 등 일본 각지에서 대규모 행사나 집회를 자제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앞서 정부 전문가회의는 지난 24일 입식 행사나 회식 등이 “집단감연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피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국민에는 다양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초장부터 측근이 총리 지시를 무시하다니”라며 “정권의 거버넌스(통치)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열린 입을 다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밤 총리관저에서 이번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수고 많다”라고만 말했다. 앞서 아베 내각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을 비롯한 각료 3명이 지난 16일 코로나19 정부대책회의를 빠지고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비난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