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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하늘길 이어 바닷길도…‘대형 크루즈선’도 신종 코로나에 ‘벌벌’

 4일 일본 TV 방송들은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정박한 한 대형 크루즈선을 비추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크루즈선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탑승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 보건 당국이 전날 밤부터 검역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로선 지난달 29~31일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특별 전세기 편으로 귀국한 자국민 565명에 이어 배편에 대한 검역 대책에도 쫓기는 모습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검역을 전날 밤부터 이날 오후까지 진행했다. 선내 검역과 승객 약 2500명, 승무원 1000명 등 3500여명의 건강상태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또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이들과 감염자와 장시간 접촉한 이들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승객과 승무원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개인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앞서 홍콩 위생당국은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80)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해당 크루즈선은 지난달 20일 요코하마에서 출항해 가고시마(鹿兒島)를 경유해 홍콩에 입항했을 때 130여명이 하선했다. 이후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와 가고시마를 경유해 전날 오후 7시30분쯤 요코하마 앞바다에 정박했다. 크루즈선은 나하로 다시 들어갈 때 검역을 받았지만, 홍콩 남성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재검역을 실시한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은 검역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홍콩 남성이 크루즈선에서 내릴 때까지 크루즈선 안에서 추가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남성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나와 레스토랑이 전날까지도 정상 운영됐다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은 남성이 가고시마에서도 내렸는지 여부와 나하에서 내린 승객 10명 중 이 남성과 장시간 접촉한 이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수천명이 몇 주일 간 함께 지내는 대형 크루즈선은 신종 코로나를 확산시키기에 최적의 환경을 지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치비타베키아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스메랄다’호에선 중국 국적의 여성 승객이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여 7000명에 가까운 크루즈 승객과 승무원의 발이 묶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광저우 난샤항에서 취항해 베트남을 항해한 크루즈선 ‘월드 드림’에 탑승한 승객 중 최소 3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이에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는 크루즈선 출발 전 14일 이내에 중국 본토를 다녀온 승객 및 승무원의 탑승을 금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