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함선은 미 군함을 지키는 게 가능하다.”
2017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허버트 R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진짜냐”고 확인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안보조약은 불공평하다”고 말해왔다. 그런 그에게 일본은 2016년 안보법 시행 이후 존립위기사태(밀접한 관계인 타국에 무력공격이 발생해 존립이 위협받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사태) 등의 경우 미군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일 안보조약 개정 60주년을 맞은 19일 요미우리신문은 이런 뒷얘기를 전하면서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일체(一體)화’가 착착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는 3월 취항 예정인 해상자위대의 7번째 이지스함 ‘마야’에는 ‘공동교전능력(CEC)’으로 불리는 최신장비가 처음 탑재된다. 항공기 등이 탐지한 적의 순항미사일 정보를 즉시 공유, 통합 화기관제시스템에 따른 ‘원격교전’으로 적이 보이지 않는 단계에서도 요격이 가능해진다. 케빈 슈나이더 주일 미군사령관은 “CEC가 더해지면 자위대와 미국의 능력은 보다 효율화, 일체화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야당은 평시에 미 군함이 ‘마야’의 정보로 미사일 공격 등을 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무력행사와의 일체화”가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미·일 안보조약은 1960년 1월19일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서명했다. 미국은 일본을 방위하고, 일본은 기지를 제공하는 협력관계를 규정한 조약은 60년 간 미·일 동맹의 근간이 됐고, 일본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경제 발전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일 안보 체제 아래 지난 60년 간 일본은 미국의 군사적 공헌 요구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자위대 역할과 활동 범위를 줄곧 확대해왔다. 미군 기지 제공이 중심이었던 일본의 역할은 1990년대 중동 정세를 계기로 질적 전환을 맞게 된다. 일본 정부는 1991년 걸프전이 끝난 뒤 기뢰 제거 임무를 위해 소해정을 페르시아만에 파견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육상자위대를 처음 파견했다.
이런 움직임에 가속 페달을 밟은 이가 기시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다. 일본 정부는 오랜 기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아베 총리는 2014년 헌법해석을 변경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했고, 이듬해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을 통과시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2018년엔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을 개정해 ‘전수방위(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최소한 행사) 원칙’에서 일탈하는 내용들을 대거 넣고 방위비를 증액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해외 파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이 최근 중동 해역에 해상자위대를 독자 파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군사 분쟁에 말려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이 자국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동맹국에 부담 확대와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본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공격을 받아도 일본은 소니 TV로 지켜보면 될 뿐”이라고 주장하는 등 미·일 안보조약의 불공평성을 언급해왔다. 일본은 이런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최신예 스텔스기인 F35를 시작으로 거액의 미국 무기를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미국 측은 주일미군의 주류 경비 부담을 대폭 늘릴 것을 일본 측에 압박하고 있다. 주일미군 주둔경비 부담 특별협정이 내년 3월 만료되는 가운데 올해 본격화하는 갱신 교섭은 난항이 확실하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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